전국연합학력평가 문제 유출 의혹 사건은 시험 출제 위원들이 서울 대치동 S학원 강사 A씨가 만든 문제집을 베꼈을 가능성에 우선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교육당국이 의뢰한 출제위원들의 사설 문제집 도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문항 신뢰도 추락 등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7일 S학원 강사 A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다시 불러 조사를 벌였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유출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학력평가 문항은 내가 만든 문제집을 출제 위원들이 베낀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자신이 직접 쓴 여러 권의 사설 문제집을 경찰에 제출했으며, 경찰은 A씨의 문제집 내용과 학력평가 문제 간의 유사성을 일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학력평가문제 원본과 A씨가 학원생들에게 나눠 준 실전대비 문제집을 비교한 결과 상당히 흡사한 부분이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특히 A씨가 제출한 자료에 담긴 문제들 중 일부가 학력평가 출제 시점인 1월 22일 이전에 작성됐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출제 위원들이 사설 문제집을 상당 부분 베껴 출제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찰은 이와 함께 유출 문항으로 지목된 고3 수리영역 19개 문항을 출제위원 10명 중 위원장을 제외한 9명이 골고루 낸 사실을 확인함에 따라 출제 교사 전원이 공모해 문제를 출제한 뒤 유출했을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출제위원들이 문제를 유출했을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학력평가 시험문제 출제시점은 1월 22일이지만, 강사 A씨가 학원생들에게 실전대비용으로 배포한 문제집을 작성한 시점은 2월8일이어서 그 사이에 A씨가 출제 위원들과 접촉, 문제를 빼냈을 가능성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학력평가 출제 문제와 이보다 뒤늦게 나온 A씨의 실전문제집이 유사한 점이 많아 유출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며 "출제 위원들이 문제를 베낀 것인지, 문제를 유출한 것인지 아직 단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 문제들을 대학의 수학과 교수 등 공신력있는 인사나 기관에 의뢰, 혐의점이 드러날 경우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베꼈든 유출됐든 이번 사태는 학력평가 문제에 대한 신뢰도 추락은 물론, 문제를 출제한 현직 교사들의 도덕성 논란을 야기할 전망이다. 출제 당국인 서울시교육청도 출제 교사들의 자질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고 사실 여부를 미처 확인치 못한데 대한 책임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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