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연일 쏟아져나오는 악재에 투자심리는 연일 패닉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월가의 파티는 끝났다” “대공황이후 가장 심각하다”는 섬뜩한 소리마저 들린다.
■ 더 이상 약발이 안 먹힌다
전세계의 눈길은 지금 진앙지 뉴욕의 월가를, 월가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해법만을 기다리는 상황. 하지만 평화롭던 일요일 밤(현지시간 16일) FRB의 긴급조치는 오히려 전세계 투자자들의 공포를 가중시켰다.
뉴욕에 앞서 개장하는 아시아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뜻이었지만 시장은 ‘얼마나 다급했으면 일요일 밤에 나섰을까’라고 해석했다. 투자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었을 때, 웬만한 재료는 우선 악재로 바라보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실제 FRB가 올들어 각종 긴급조치로 시장에 준 충격요법의 효과는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1월 기준금리 0.75%포인트 기습 인하는 이틀간 증시 상승을 불러왔으나 지난주 연달아 내놓은 긴급유동성 지원과 베어스턴스 구제금융 등 조치는 효과가 채 하루를 가지 않거나 아예 무시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FRB가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 패닉 언제 진정될까
관심은 이제 17일 조지 W. 부시 대통령 주재의 긴급 대책회의와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쏠리고 있지만 전망은 회의적이다. 더 이상 쓸 카드가 마땅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1.25%포인트라는 사상최대의 금리인하 폭까지 점치고 있다. 모간스탠리의 조아심 펠스는 “FRB가 실질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내려야 할 것”이라고까지 전망했지만 금리인하 자체가 ‘양날의 칼’이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사태의 출발점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었듯 해결의 실마리도 서브프라임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도대체 서브프라임 부실의 규모가 얼마인지, 언제 끝날 것인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한화증권 정문석 연구원은 “베어스턴스 같은 다음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는 금융회사들이 저마다 유동성 높이기에 나설 경우, 당장 신용경색 심화와 모기지 관련 채권의 기피를 통해 서브프라임 사태가 단기적으로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더 무거워진 한국경제
원화는 헐값이 된 달러화보다 더 헐값이 됐다. 달러의 굴욕 보다도 더한 원화의 굴욕인 셈이다. 주가폭락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펀드환매도 문제지만, 거시적으론 치명적 인플레를 초래할 환율급등(원화가치 급락)이 더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역시 열쇠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쥐고 있다. 미국 금융시장이 진정되어야 국내 증시 회복→외국인 주식매수→환율 하향안정→수입물가 진정의 선순환 구도가 그려지기 때문이다. 어차피 미국만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형국이란 얘기다. 단, 미국과 함께 한국경제를 흔드는 또하나의 변수인 중국의 인플레이션 문제는 또 다른 문제로 남아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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