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친 박근혜계 의원들이 17일 한나라당을 탈당해 ‘박근혜 간판’을 달고 총선에 집단 출마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의 성공 여부는 영남권을 중심으로 박 전 대표에 대한 동정론이 ‘한나라당이라면 후보 얼굴도 안 보고 찍는다’는 맹목적 친 한나라당 정서를 압도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친박계 인사 15명은 이날 오찬 회동을 갖고 격론을 벌인 끝에 “총선에서 이기고 돌아와 5년 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다. 각자 지역구 사정 등에 따라 ‘친박 무소속 연대’나 신당을 택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무성 박종근 이해봉 이경재 유기준 한선교 김태환 이인기 의원과 전용원 전 의원 등은 무소속 연대를 택했다. 지역구가 탄탄한 편이라 ‘인물’로 어느 정도 승부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한 인사들이다. 이들의 계산은 “당 대 당 대립 구도를 만들면 선거전에서 불리하고, 또 한나라당에 돌아갈 길을 열어 두어야 보수층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규택 엄호성 의원 등은 선거 때 당 조직의 힘이 크다고 보고 일단 미래한국당에 입당한 뒤 당명을 가칭 ‘박근혜당’ 등으로 바꾸기로 했다.
둘 중 어느 길을 택했든 친박계 탈당파의 최고 생존 전략은 철저한 ‘박근혜 마케팅’이다. 선거운동은 한나라당과 최대한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박 전 대표를 돕다가 억울하게 탈락했다”는 점을 호소하는 식이 될 것 같다. 김무성 의원은 “선거법상 선거 공보물 등에 ‘친박 무소속 연대’를 표기할 수 있다. 또 ‘한반도 대운하 반대’나 ‘박 전 대표 대통령 만들기’ 같은 공동의 정치적 목표를 내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탈락자들에게 “살아 돌아오라”고 한 만큼 침묵으로 탈당파를 간접 지원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당에 남은 박 전 대표가 자기 당 후보가 아닌 탈당한 계파 의원들을 응원하는, 다소 기형적 모양새다. 일각에서 “정당정치 퇴보, 신(新) 보스정치 부활”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탈당파는 “살아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들은 “한나라당 과반 의석 확보가 어려워 보이는 만큼 언젠가 ‘대사면’을 거쳐 다시 들어오라고 할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이미 ‘이명박당’이 된 한나라당에서 그들을 받아들일지는 두고 봐야 한다. 또 총선 국면에서 ‘본류’(한나라당)와 ‘아류(무소속 연대)의 구도가 만들어지면 탈당파의 시도가 16대 총선 때 민국당의 경우처럼 미풍으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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