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림인가. 실력인가.’
바트 브라이언트가 합계 9언더파로 먼저 경기를 끝냈다. 동타인 상황에서 뒷 조의 타이거 우즈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두번째 샷을 홀 7.5m 거리에 붙였다. 한번에 넣기는 쉽지 않은 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면 우승, 실패하면 연장 승부다. 우즈가 심사숙고 해 친 볼은 내리막 경사를 타고 구르다 홀 60㎝ 쯤 앞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휘면서 컵 속으로 사라졌다.
갤러리의 환호성과 함께 우즈는 모자를 벗어 그린 바깥에 내동댕이 치며 어퍼컷을 날리는 역동적인 ‘우즈표 세리머니’로 포효했다. 우즈이기에 가능한 마법의 끝내기 버디였다. 승부사 우즈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코스밖에서 우즈의 경기를 초조하게 지켜보던 브라이언트는 믿기지 않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즈는 1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골프장(파70)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아널드파머인비테이셔널 최종라운드에서 4언더파 66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0언더파 270타로 정상에 오르며 우승상금 104만4,000달러를 챙겼다.
이로써 우즈는 지난해 9월 BMW챔피언십부터 7개 대회 연속 우승 행진을 이어갔다. PGA투어 대회만 5연승, 올시즌 PGA투어 3연승과 유럽프로골프투어 두바이데저트클래식을 포함하면 4전 전승의 경이로운 100% 승률이다. 또 PGA투어 통산 승수에서도 벤 호건(64승)과 함께 공동 3위로 올라섰다. 이제 우즈 보다 더 많이 우승한 선수는 샘 스니드(82승)와 잭 니클러스(73승) 2명뿐이다.
그동안 최종 라운드를 공동 선두나 단독 선두로 나서 45차례 중에 42번을 승리로 장식했던 우즈는 역전불허 명성도 이어갔다.
우즈는 “전에도 이런 걸 성공시킨 적이 있으니 이번에도 해낼 수 있다고 내 자신에게 주문을 걸었다. 정말 기쁘다”고 밝혔다.
첫날 공동 34위, 2라운드 공동 20위, 그리고 3라운드에서 5명의 공동 선두 그룹까지 뛰어오른 우즈는 찾아온 먹이감을 놓치지 않았다. 우즈는 17번홀까지 3타를 줄여 비제이 싱, 숀 오헤어, 부바 왓슨을 따돌렸고 이날 3타를 줄이며 추격전을 펼친 브라이언트(미국)를 마지막홀 버디 퍼트로 따돌렸다.
한편 준우승을 차지한 브라이언트의 형 브래드 브라이언트도 같은 날 동시에 끝난 챔피언스(시니어)투어 AT&T챔피언십클래식에서 데니스 왓슨에 연장전 패배로 공동 준우승에 머물러 화제를 모았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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