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양 초등생 유괴ㆍ살해 범인 정모(39)씨가 17일 범행 일체를 자백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남아 있다. 범행 동기, 두 어린이의 시신을 따로 묻은 이유, 범행 후에도 도피하지 않은 이유 등 정씨 범행은 곳곳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점들이 많다. 경찰들조차 “모든 상황이 기존 범죄와는 상당히 다른 특이한 점이 많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범행 동기 자체가 분명치 않다. 최근 아동 대상 유괴ㆍ납치 사건 범인 대부분은 아동들을 성적 욕구 충족의 대상으로 삼는 소아기호증과 같은 성 도착증 환자였다는 게 범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씨의 경우 아동성애물이 발견되긴 했지만 정신병력이나 아동 상대 성범죄 전과는 없다.
정씨가 유괴, 살해한 두 어린이의 시신을 왜 다른 장소에 묻었는지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전 프로야구 선수 이호성씨도 살해한 네 모녀의 시신을 한 곳에 묻었던 것처럼 대부분 범인들은 같은 장소에 시신을 유기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씨는 두 시신을 다른 곳에 묻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범인의 소심함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칫 ‘발각되면 어떻게 하나’라는 두려움이 갈수록 커지면서 들키지 않기 위해 시신을 분산 암매장했다는 것이다. 정씨가 시신을 깊이 매장하지 않은 것 역시 시신 매장 장면을 누군가에게 들킬 지 모른다는 불안감의 소산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씨가 경찰 조사에서 범행의 일부만 시인한 채 일부 범행에 대해서는 횡설수설하는 것도 이런 심리적 불안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스스로 짜놓은 시나리오가 절대 무너질 수 없을 것이라 믿고 부인하다 경찰이 증거와 함께 추궁하자 스스로 휘말리게 됐다는 것이다.
한편 정씨가 범행 후 잠적하지 않은 이유도 의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실종 사건을 공개 수사하면서 자신의 집 일대를 뒤지자 일단 집을 비운 것 같다”며 “하지만 사회적 유대 관계가 거의 없었던 정씨로서는 도피 자금을 마련할 수도, 누구한테 기댈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범인들이 범행 후 애인이나 친구를 만나거나 함께 도망을 가는 데 비해 ‘외톨이 생활’을 했던 정씨는 오갈 곳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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