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고재학 경제부 차장
글로벌화로 국경의 울타리가 낮아지면서 메갈로폴리스(초광역경제권)가 국가경쟁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동북아시아는 중국과 일본 간 거점도시 개발경쟁이 치열하다. 더욱이 향후 2~3년 내 한ㆍ중ㆍ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경쟁력 있는 투자환경을 갖춘 메갈로폴리스로 자본과 인력이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일보가 <메갈로폴리스-동북아 허브경쟁> 주제의 시리즈를 11회에 걸쳐 연재한 것도 우리 수도권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메갈로폴리스로 키우기 위한 전략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상대 경기개발연구원 수도권정책센터장과 박용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이원섭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등 국토개발 및 도시계획 전문가 3명을 초청해 메갈로폴리스 논의를 정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메갈로폴리스-동북아>
동북아에서 메갈로폴리스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데 동의하나.
박 연구원= 전 세계적으로 지역 경쟁단위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이 가는 의제 설정이다. 대외 개방이라는 환경 변화와 내부적으로 산업의 다양화가 진행되면서 공간적으로 경제권이 확대되고 있다. 초광역경제권은 다가오는 개방경제시대에 경쟁단위로서 상당히 중요하다. 우리가 경쟁상대에 비해 어떤 비교우위를 어떻게 가져갈지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 센터장= 글로벌 시대에 맞게 인식의 지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바깥에선 세계, 동북아, 한반도 등으로 공간을 볼 수 있는데, 우리는 수도권, 동남권, 충청권 등 경제단위를 축소지향적으로 인식해 왔다. 최근 베이징-텐진, 홍콩-선전 경제권 통합 등 어마어마한 사업을 해가는 중국과 이미 거대 경제권을 형성한 도쿄나 오사카권과 비교해 스케일의 차이가 확연하다.
수도권 메갈로폴리스의 경우 지방정부 간 협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 위원= 지역간 네트워크가 취약한 게 사실이다. 그 동안 정치적으로 지역을 안배하는 경향이 있었고, 이에 따라 지역별로 강점을 가진 산업이 유기적으로 분업화하지 못했다. 각 지자체도 자기 지역만 보는 협소한 관점을 가져 중복투자도 적지 않았다. 새 정부가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5+2 광역경제권’ 구상을 내놓았지만, 지역간 네트워크가 유기적으로 구축되지 못한다면 과거 국토종합개발계획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특히 시기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넘어가는 상황에서 상생을 위한 정책 공조는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이 센터장= 글로벌 시대에 맞게 공간배치 정책의 이원화가 필요하다. 대외경쟁 측면에서 봤을 때 메갈로폴리스 경제권은 서울-인천-대구-부산까지 연결되는 ‘모스트 오브 사우스코리아(most of south koreaㆍ남한 전체)’가 돼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국내정책으로 지역별 전략인 ‘5+2 광역경제권’이 유용한 공간적 인식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런 후에 한반도 전체가 경제거점이 되기 위한 방법론이 나오고, 실용적인 면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정책을 짤 것인지 명확해 질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5+2 광역경제권’이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개발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도 있는데.
이 위원= 공간 단위를 봤을 때 ‘5+2 광역경제권’은 베이징-텐진, 도쿄, 오사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지구적 관점의 메갈로폴리스는 국내에 하나면 족하다. ‘5+2 광역경제권’은 잘게 쪼개진 16개 시ㆍ도를 광역경제권으로 통합해 인구 500만명 이상의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경제권을 7개 정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복수의 자립경제 단위를 만들면 자연스럽게 균형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과거 지역 균형개발에 무게를 둔 참여정부의 개발계획과는 차별화한 것이다.
박 연구원= 한반도 전체 공간구조를 어떻게 경쟁력 있게 구획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광역시와 도는 뗄 수 없는 연관관계를 가진 만큼 반드시 통합돼야 한다. 산업의 기술혁신이라는 점에서 생산, 판매, 서비스 등이 특정지역에 집적돼야 하고, 공간적 반경은 50~100㎞ 내로 묶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넘으면 상호작용의 빈도가 떨어져 효율성이 감소한다. 그런 면에서 ‘5+2’ 전략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행정구역의 단순 통합이 아니라, 연관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공간단위 구획이다.
이 센터장= 우리의 국토개발 전략을 중국 일본과 견줘보면, 광역권을 하나의 경제공간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동북아 중심’이라는 비전만 설정해 놓고 이를 위한 통합적 접근을 하지 않았다. 예컨대 고속철도 건설도 산업구조의 변화와 그에 따른 산업배치 전략 없이 단일 대형공사로 끝나버렸고, 인천공항도 마찬가지다. 실제 경제활동은 광역화되는데 정책은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했다. 통합적 사고가 있어야 ‘5+2 광역경제권’ 전략도 성공할 수 있다.
과거 정부가 물류허브, 금융허브 등의 전략을 내놓았지만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은 느낌이다.
이 위원= 물류허브의 경우 중국의 성장으로 한계가 보이고 자신감도 상실한 느낌이다. 같은 허브라도 강점이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하는데 아직 못 찾고 있다. 금융허브의 경우 단순히 금융센터 빌딩을 짓는 게 아니라, 글로벌 자본이 들어와야 하는데 쉽지 않다. 국내 경제규모와 자본이동 등을 봤을 때 솔직히 매력적이진 않다.
박 연구원= 금융허브는 시간적으로나 지리적, 언어적으로 경쟁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내 연관산업을 발전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선진국의 미래성장동력으로 불리는 각종 서비스업은 경쟁력 있는 제조업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정보통신(IT)에 경쟁력이 있는 만큼, 소프트웨어나 시스템 네트워크 등 IT 서비스업에 집중해 사업구조를 다양화하고 연관산업의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외자 및 글로벌 기업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박 연구원= 정부가 경제자유구역을 만든 이유이기도 한데, 당초 계획과 달리 정책 실행 과정에서 변질이 많이 됐다. 하지만 특정 공간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접근한다는 지금의 전략은 유효한 만큼, 경제자유구역의 의미를 살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이 센터장= 기업이 일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 일례로 삼성이 글로벌 기업이긴 하나, 수원 사업장이나 기흥 단지는 경쟁국의 비즈니스 파크와 비교해 질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각 지자체가 기업도시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정작 기업이 원하는 기업도시와는 거리가 멀다. 왜 기업이 원하는 도시가 안 되는 지를 파고들다 보면 결국 ‘규제’로 귀착이 되는데, 이를 찾아서 풀어주는 것이 시급하다.
메갈로폴리스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이 위원= 경쟁력 있는 메갈로폴리스를 위한 구체적인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 정부가 그 동안 금융, 물류, IT 등 각종 허브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목표 자체가 명확히 설정되지 않았고, 구체적인 수단도 없는 실정이다. 향후 진행될 ‘5+2 광역경제권’ 전략을 추진하다 보면 지자체 간 조정이 필요한데 ‘기득권’을 버리는 것이 급선무다.
박 연구원= 한국일보의 메갈로폴리스 시리즈는 기존의 소모적이던 지역균형발전 논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키워 미래에 발전된 모습을 갖추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이 센터장= ‘통합적 사고’가 필요하다. 그 동안 경제개발, 산업, 도시개발 등이 일관성 없이 진행돼왔다. 행정구역 단위도 서울과 각 도시가 개별 플레이를 그만두고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메가 프로젝트’를 진행할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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