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진(11) 우예슬(9)양 유괴ㆍ살해 범인 정모(39)씨의 범행 전모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정씨는 체포 직후에는 범행을 부인했으나, 경찰이 증거를 제시할 때마다 마지못해 하나 둘 인정하는 식으로 자백하고 있다. 경찰은 정씨가 이양과 우양을 꾀어 집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살해한 뒤, 렌터카를 빌려 유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차 없이 유괴
경찰은 정씨가 유괴 과정에서 차량을 동원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가 차를 갖고있지 않고, 두 어린이를 유괴한 지난해 성탄절 오후 5시 전후로는 렌터카를 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씨는 이양과 우양을 감언이설로 꾀어 데리고 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정씨가 두 어린이와 평소 안면이 있었던데다, 성탄절 분위기에 들떠 있던 두 어린이가 경각심 없이 정씨의 어떤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안양문예회관 앞에서 목격된 이후 두 어린이의 행적이 확인되지 않은 것은 이미 날이 저문 것과도 관련이 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제3의 장소에서 살해
경찰은 정씨가 두 어린이를 자신의 월셋방이 아닌, 제3의 장소로 유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감식반의 정밀 조사에도 불구, 정씨의 방에서 혈흔이 발견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얘기다.
경찰은 정씨가 자신의 갑작스런 태도 돌변에 두 어린이가 저항하자, 순간적으로 격분해 두 어린이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10살, 8살에 불과한 두 여자 어린이의 저항은 30대 후반의 건장한 성인 남성이 제압하기에는 너무나 손쉬웠을 것이다.
■ 렌터카 빌림
정씨는 이 때부터 완전범죄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운반이 용이하도록, 또 발견되더라도 쉽게 신원이 확인되지 않도록 시신을 훼손한 것은 완전범죄를 위한 첫번째 조치였다.
완전범죄를 향한 다음 단계 조치는 차량을 확보, 되도록 멀리 떨어진 장소에 유기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정씨는 오후 10시께 평소 거래하던 K렌터카에서 뉴EF쏘나타 승용차를 빌렸다. 중형 승용차를 빌린 것은 비교적 넉넉한 트렁크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빌린 차를 제3의 장소 부근으로 옮긴 뒤, 이양과 우양의 시신을 구분해 트렁크에 실었다.
■ 1ㆍ2차 유기
정씨는 경찰 수사를 혼선에 빠뜨리기 위해 시신을 범행 장소에서 정반대 방향인 두 곳에 버리기로 하고 우선 동남쪽으로 달려 수원 호매실IC에 이양 시신을 버렸다. 다시 차량을 서쪽으로 돌려 시화호 인근에 버렸다. 두 곳 모두 정씨가 대리운전을 하며 눈에 익혔던 곳이다. 이후 정씨는 완전범죄를 위해 렌터카의 트렁크를 깨끗이 닦은 뒤 반납했다. 그러나 구석에 있는 혈흔을 모두 제거하지 못해 결국 검거되고 말았다.
이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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