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최고 공신이자 실세 중의 실세로 우뚝 솟았지만 정작 총선을 앞두고 지역 민심(서울 은평을)은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도 우울하다. 주말에 실시된 중앙SUNDAY 여론조사에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에게 0.1%, SBS_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서 6.5% 포인트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 캠프에 비상이 걸린 것은 당연. 한 측근은 "은평을에서 내리 3선을 했던 이 의원이 지역기반도 없는 문 대표에게 밀리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 그 자체다"라고 걱정했다.
더욱이 그는 지금 안팎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밖에선 야당이 표적으로 삼고 있고 안에서는 친박근혜계나 공천 탈락자들의 원성과 견제가 집중되고 있다.
야당이 이 의원을 겨냥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실세인 그를 꺾는 것은 총선 승패의 상징성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선후보였던 문 대표가 한반도 대운하 반대를 앞세워 대운하 전도사를 자처하는 그를 겨냥해 출마했다. 가뜩이나 대운하 반대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이런 선거구도는 버거운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내부에선 갈수록 거세지는 '반 이재오 정서'에 직면해 있다. 공천 과정에 그의 입김은 크게 작용했고 한나라당을 사실상 '이명박 당'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앞장섰다.
그러나 그의 공천 개입은 당내에서 충정으로 받아들여지기 보다는 "자파 세력을 넓히기 위한 자의적 공천" "정권 교체가 이재오를 위한 것이었냐"는 비판으로 돌아오고 있다. 친박 측은 "공천판을 혼탁하게 만든 주범은 이재오 의원"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대운하를 총선 공약에 넣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이 의원을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되기도 할 정도다.
이 의원은 전투적이다. 격한 투쟁을 통해 지금의 위치에 왔다. 그런 그가 12년 간 자신을 밀어준 지역구에서 역류하는 민심에 직면해있다. 총선 후 당권을 장악하고 그 이후까지 도모하려는 그의 큰 디자인은 은평을에서 혹독한 검증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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