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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스턴스, 본사 건물 값도 못 받고 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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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스턴스, 본사 건물 값도 못 받고 팔려

입력
2008.03.1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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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무형의 브랜드 가치만 해도 수조원대에 달하던 85년 역사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맥없이 무너졌다. 14일 유동성 위기를 시인하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부터 사실상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미국 5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는 불과 이틀 만인 16일 경쟁사인 JP모건체이스에 겨우 주당 2달러, 총 2억3,620만달러에 팔려나가는 신세가 됐다. 이는 최소 1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 뉴욕 맨해튼 소재 본사 건물의 부동산 가격에도 한참 못 미치는 굴욕적인 가격이다.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3월 16일 베어스턴스 주가는 주당 145.48달러였고, 이달 14일 종가만 해도 30달러였다. 그러나 주말 동안 숨가쁘게 진행된 매각 협상에서 베어스턴스는 파산을 면하기 위해 ‘2달러’라도 건지는 쪽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단일 주주로서는 최대 지분(약 7%)을 보유한 영국의 억만장자 조셉 루이스와 5.8% 지분을 보유한 제임스 케인 베어스턴스 회장은 물론이고 전체 주식의 3분의 1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구조조정 대상까지 된 베어스턴스 직원들까지 모두 하루아침에 빈털터리 신세가 됐다.

반면 JP모건체이스는 미국 금융위기의 ‘구원투수’라는 명분을 얻은 것은 물론 FRB의 자금까지 지원 받으며 자사의 취약점인 브로커리지와 모기지 사업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베어스턴스를 ‘거저 먹는’ 횡재를 하게 됐다. FRB는 이번 인수를 성사시키기 위해 베어스턴스의 부실 자산 처리와 관련 300억달러의 자금을 수혈키로 했는데, JP모건체이스의 실사에 따르면 베어스턴스 자산 중 모기지 채권 등 부실 가능성이 높은 자산은 330억달러 정도다.

시장 관계자들은 FRB와 미국 정부가 주말 사이에 초고속으로 JP모건체이스의 베어스턴스 인수를 승인하고 재할인율 인하 등의 조치를 발표한 것은 세계 증시가 개장하기 전에 거래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고 보고 있다. 베어스턴스가 파산할 경우 미국 금융회사들의 연쇄 도산 공포로 먼저 아시아 증시가 폭락하고 유럽을 거쳐 미국 증시까지 그 여파가 미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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