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김주성(29)이 지난 14일 결혼을 발표했다. 김주성은 요가 사업가인 박지선(28)씨와 5월10일 백년가약을 맺는다.
예전 같으면 김주성 같은 스타 플레이어가 1년 농사를 결정짓는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결혼을 발표한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선수들은 농구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구단이나 코칭스태프와 눈치를 봐야 했다.
그렇다고 옛날 선배들이 요즘 선수들보다 농구를 오래 했던 것도 아니다. 농구 때문에 결혼을 미루다 보니 오히려 몸 관리가 소홀했던 경우가 많았다. 경기가 안 풀리면 술에 의지한다거나, 정신적 방황 때문에 잠을 설친다든지. 그러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몸이 망가졌고, 유니폼을 벗을 날은 앞당겨졌다.
농구경기에서 승패는 단순히 기량뿐 아니라 정신적인 요소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심리적 안정 없이 좋은 성적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 같은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결혼은 더 없는 묘약일 수 있다.
홀로 된 할머니를 모시고 살던 KT&G 주희정은 결혼 후 플레이가 한층 원숙해졌고, 모비스의 우지원도 결혼을 통해 가정을 이룬 뒤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삼성 이상민, KCC 임재현 등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이들이 나이를 먹고도 여전히 잘하는 비결이 가정의 안정에 있다고 확신한다.
김주성의 부모는 잘 알려진 대로 신체적으로 불편함을 갖고 계신 분들이다. 그래서 김주성의 결혼 결정은 의미가 남다르다. 부모의 뒷바라지 걱정을 덜어줌과 동시에 아내로부터 정신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내년이면 김주성도 서른 줄에 접어든다. 나이만 보면 하향곡선을 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유부남’ 김주성은 앞으로도 몇년 동안 전성기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김주성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전 SKㆍ기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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