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초등학생 유괴ㆍ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검거된 정모(39)씨는 범죄 심리학자와 언론의 당초 예상대로 겉으로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동네 아저씨다.
그러나 경찰이 추정하는 대로 그가 진범이 맞다면 그는 부드럽고 온순한 인상 속에 또다른 자신을 감추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이웃집 어른을 만날 때는 수줍음 많은 독신남이었지만, 감시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선 흉포한 범죄자로 변신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이야기다.
경찰에 따르면 이혜진(11) 우예슬(9)양을 유괴ㆍ살해한 혐의로 검거된 정씨는 이양 집에서 불과 130m 떨어진 반지하 셋방에 사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비록 정규 직장을 다니지는 않았지만, 믿음이 가는 성실한 이웃이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대리운전과 컴퓨터 수리 등을 하며 비록 풍족하지는 않지만 혼자 사는데는 쪼들리지 않을 정도의 수입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월 월세도 꼬박꼬박 낼 정도로 경우가 바른 사람이었다고 한다. 정씨 옆방에서 5~6년간 지내온 이모(46)씨조차 “전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착하고 인사성이 밝았다”고 말할 정도다.
또 마흔을 바라보는 독신남이기는 했지만, 휴일에는 평소 안면 있는 이웃과 활발하게 교류하는 동네 아저씨였다. 부모가 있는 자리에서는 이웃 아이를 잘 돌보는 자상한 성품이었다. 이양이 우양과 함께 지난해 12월 25일 정씨를 순순히 따라 나선 것도 평소 안면 있는 아저씨를 믿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러나 외부에 드러난 정씨가 ‘지킬 박사’였다면 남의 눈이 미치지 않는 고립된 공간에서의 김씨는 ‘하이드’였을 것이다. 10평도 안되는 지하 셋방의 문이 닫히면 김씨는 사회에 대한 이유 없는 불만으로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게 극도의 공격성을 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반사회적 인격장애자(psychopathㆍ싸이코패쓰)처럼 혼자 있을 때는 자비심과 동정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냉혈한이었을 지도 모른다.
남이 볼 때와 혼자 있을 때 다른 모습은 정씨 검거 후 월셋방에 대한 경찰 조사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10평도 채 안되는 조그만 공간에는 10여개의 영상물이 발견됐다. 정씨가 자주 찾은 인근 비디오 가게에 따르면 그는 주로 평소 온순한 모습과는 달리 성인물과 폭력물을 빌려 갔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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