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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한중관계 격상'의 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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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한중관계 격상'의 앞과 뒤

입력
2008.03.1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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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한중관계 격상을 대중관계의 목표로 설정한 직후인 지난달 베이징의 고위 외교 소식통은 "관계 격상은 중국의 대북 태도 변화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한국을 생각할 때마다 북한 문제를 동시에 떠올리고, 한국과 북한을 50대 50의 비중으로 다루는 중국의 태도가 관계 격상을 통해 바뀌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국의 3대 교역국인 한국이 비중에 걸맞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함축한다.

■ 한중관계 격상에 자극된 북-중

하지만 3월 들어 북중간 기류가 심상치 않다. 1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평양의 중국 대사관을 찾아 "북중 양국은 한 집안같이 친해 중국 대사관에 오면 친척을 만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 서로를 혈맹관계로 부르다 서먹해진 양측 사이에 좋았던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중국 총리 탄생 110주년인 5일에는 저우 총리의 방북 50주년을 기리는 추모행사가 북한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북한 외무성은 8일 담화를 통해 대만이 유엔 가입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한다는 데 반대한다고 밝혀, 대만 국민투표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중국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었다.

한중 관계 격상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견제할 방도를 찾고 있던 북한이 우선 대중 관계의 정서 복원에 나선 듯하다. 대중 관계 격상 추진이 자칫 북중 관계의 접근을 촉발하면서 중국의 대 한반도 지렛대만 강화시킬 수 있을 듯하다.

한중관계 격상을 바라보는 중국측 태도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12일 한중 관계 격상의 구체적 내용을 묻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 "관계를 진일보시키자는 한국측 입장에 동의한다"며 격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선임 연구원은 최근 "중국은 최우선 외교 순위를 대미 관계 강화에 두고 중국과는 경제 협력만을 증진시키려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를 우려한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또 이명박 정부의 한미ㆍ한일 관계 강화가 대 중국 포위망 또는 대만해협 위기 대응 협력체제로 작동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한국이 남북관계는 물론 한미, 한일관계 등에 중국의 변수를 전략적으로 고려할지 여부에 한중 관계가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분석은 미국과 전혀 다른 전략적 구상을 갖는 중국을 한국이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임을 함축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관계의 격상이라는 슬로건의 적절성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뜻하지 않은 부작용, 중국이라는 수용자의 어정쩡한 태도 등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실용외교에 잘 안 맞는 슬로건

한미, 한일 관계를 강화하면서 한중 관계를 격상시킨다는 새 정부의 외교 목표는 누가 봐도 100점 짜리이다. 냉전 이후 외교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리는 있다.

하지만 목표치와 성적표의 괴리가 커질 개연성도 크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거창한 슬로건을 먼저 내거는 대신 관계 진전의 계기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관계 격상의 토대를 쌓는 접근법이 더 현실적일 것이다.

그래서 이 대통령이 당선 직후 언급하기 시작한 한중 관계 격상이라는 용어는 '실용 외교'에 어울리지 않는 슬로건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영섭 베이징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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