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대란과 그에 따른 연쇄 파업 사태가 서민의 ‘내집 마련’ 꿈에까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철근, 레미콘 가격을 둘러싼 건설 업체와 납품 업체 간 마찰이 심화하면서 수도권에서만 판교 신도시, 서울 은평 뉴타운, 경기 남양주 등지의 아파트 2만여 채 건설 작업이 완전 중단됐다. 이에 따라 사태가 조기 해결되지 않을 경우 약 10만명 주민의 입주 지연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제때 콘크리트가 타설되지 않을 경우, 아파트 안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6일 건설업계와 각 공사현장에 따르면 철근값 급등과 펌프카(콘크리트를 고압으로 쏘아 타설하도록 하는 차량)업계의 파업으로 공사가 큰 차질을 빚고 있다. 게다가 19일 레미콘 업계가 전면 파업에 나설 경우, 공사 중단은 전국 사업장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실제 판교 신도시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은 이날 기둥ㆍ바닥 공사가 끝난 뒤 시작돼야 할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전면 중단됐다. 서울 은평 뉴타운 지구에서도 콘크리트를 치는 작업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날 공사 중단은 콘크리트 펌프카의 파업 때문에 발생했다. 최석근 콘크리트펌프카사업자협회장은 “2003년 220만원이던 펌프카 임대료가 건설사의 무리한 가격인하 요구로 100만원까지 떨어졌다”며 “임대료가 인상되지 않으면 파업을 계속할 수 밖에 없다”며 건설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파업 사태가 펌프카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부분 파업으로 위세를 과시한 레미콘 업체가 19일부터 전국에서 전면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은 “시멘트와 자갈 값 인상을 고려하면 ㎥당 최소한 12%는 올라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레미콘을 구입하는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는 “레미콘 업자의 상황은 이해가 가지만, 지난해 4%(수도권 기준) 인상 당시 올 8월말까지는 현 가격을 유지하기로 했다”며 “불법적 공급 중단은 맞지 않다”며 협상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양측이 화해하지 않을 경우 전국 주요 아파트 건설현장의 공사 중단은 불가피하며, 이는 입주 예정자의 피해로 고스란히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경기 남양주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는 이미 전체 공사가 큰 차질을 빚어 입주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현장소장은 “펌프카 파업으로 17일 공사 일정을 미뤘다”면서 “5월에는 타워크레인 노조의 파업까지 예상되고 있어 피해가 갈수록 커질 경우 아파트 완공 시점이 예상보다 1개월 이상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 최민수 박사는 “향후 원자재값이 쉽게 떨어질 것 같지 않기 때문에 업계의 이해관계가 빨리 조정되지 않으면 관련 피해가 입주자는 물론이고 경제 전체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철근 구조물을 설치한 뒤 콘크리트를 붓는 아파트 공사의 속성상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당초 일정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철근 부식과 층별 콘크리트 강도의 차이로 건물 안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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