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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안보이는 서브프라임 사태

입력
2008.03.1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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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 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3일(현지시간) 금융회사들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손실이 정점을 지났으며, 드디어 끝이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유동성 위기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긴급자금을 수혈키로 하면서 S&P 보고서는 시장의 냉소를 자초했다.

1년 넘게 지속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 신용위기의 시작은 지난해 2월 HSBC가 미국 부동산 가격 하락 여파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사업에서 무려 105억5,000만달러의 손실을 봤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 4월에는 미국 2위 모기지 회사인 뉴센트리 파이낸셜이 파산을 신청했지만 당시만 해도 주식시장은 그 파장이 이렇게 크고 오래 갈 것으로 예상치 못했다.

두 번째 분수령은 6월에 찾아왔다. 베어스턴스가 운용하던 헤지펀드가 대규모 손실을 본 사실이 드러난 것. 이 펀드들은 모두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부채담보부채권(CDO)에 자산의 대부분을 투자했다가 커다란 손실을 봤고, 결국 7월 21일 청산됐다.

뒤이어 하반기 내내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관련 자산에 노출된 글로벌 은행들의 손실 소식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8~9월 호주 맥쿼리, 프랑스 BNP파리바, 독일 IKB 등이 잇따라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했고, FRB가 뒤늦게 금리 인하 기조로 전환했지만 일시적 효과에 그쳤다.

올해 초 씨티그룹,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 초대형 투자은행들은 지난해 4분기 사상 최대 규모 손실을 입어 자산상각을 하게 됐다고 잇따라 발표했다. 이들 은행들은 중동과 아시아 국부펀드로부터 긴급 자금을 수혈 받아 자금난을 해소했고, FRB도 인플레이션 위협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인 금리 인하로 시장 안정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라는 대형 화재는 금리 인하나 긴급자금 수혈 등으로 진화하기에는 너무나 커졌다. ‘모노라인’ ‘헤지펀드 마진콜’ 등 생소한 이름으로 불거지고 있다.

가장 먼저 ‘월가의 시한폭탄’으로 등장한 것은 모노라인(채권보증업체)이었다. 이들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이 회사들이 보증했던 채권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떨어질 것이 분명하고, 이렇게 되면 이 채권들에 투자했던 투자은행들의 부실을 증폭시킬 수 있었다. 며칠 전 S&P와 무디스가 미국 2위 모노라인 업체인 암박을 ‘부정적 관찰대상’에서 제외하고 암박의 신용등급을 AAA로 유지키로 하면서 모노라인 위기는 일단락된 모양새다.

그러나 이달 들어 대형 헤지펀드들이 상환시한(마진콜)을 맞추지 못해 ‘3차 서브프라임 위기’ 우려를 낳은 데 이어 베어스턴스에 대한 긴급자금 수혈까지 이어지면서 ‘서브프라임 사태 종결’을 운운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현재 미국의 대출 부실은 부동산 관련 채권뿐 아니라 지방채, 오토론(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연체 등 전방위로 확산돼 있다. 미국에서 저금리가 지나치게 오랜 기간 유지되면서 부동산 가격뿐 아니라 신용에도 엄청난 거품이 끼었고, ‘서브프라임 사태’는 그 거품이 붕괴하는 과정이기에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수많은 금융사와 서민들의 비명소리는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버냉키 FRB 의장/ "美서민 주택 보유자 구제 가능한 모든 조치 취할 것"

벤 버냉키(사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모기지 위기로 타격 받고 있는 미국의 서민 주택 보유자를 구제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15일(현지시간) CNN머니에 따르면 버냉키 의장은 전날 전미재투자연합회 회동 연설에서 "서민 주택 보유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FRB가 권한과 노하우, 그리고 재원을 최대한 동원한다는 방침이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수년간 모기지가 느슨하게 관리되는 상황에서 상환 능력을 초월하는 모기지 수요가 많았다"면서 채무자에게 무조건 책임을 추궁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은 구체적으로 채무자의 고통을 경감하기 위해 채권자들에게 몇 가지 권고 방침을 내놓았다. 우선 애초에 낮은 금리로 빌렸던 모기지 이자가 채무자들이 상환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지면서 차압 사례가 늘어난 것을 감안, 채권자들이 채무자들이 상환할 수 없는 수준의 빚을 요구하지 말도록 제안했다. 이어 채무자의 자산과 소득을 제대로 평가하고, 채권 추심을 위해 지나친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권고했다.

버냉키의 발언은 백악관이 17일 금융위기대책회의를 긴급 소집한다고 발표한 것과 때를 같이해 나왔다. 대책 회의에는 헨리 폴슨 재무장관과 버냉키 의장, 증권거래위원회와 선물거래위원회 대표 등이 참석하는 것으로 발표됐다.

최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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