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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정통성 우리가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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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정통성 우리가 잇는다"

입력
2008.03.1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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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범 현대가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연초부터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TV광고가 공중파에 등장하는가 하면 사라졌던 '현대(現代)' 표지석이 옛 현대그룹 계동 사옥에 세워지는 등 옛 현대그룹의 정통성을 이어가려는 그룹내 각 계열사간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확연하다.

한편에선 정주영 명예회장의 막내 동생인 정상영 KCC 회장이 "현대그룹의 적통을 반드시 되찾겠다"고 언급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범 현대가의 다른 한편인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도 최근 부쩍 바빠졌다. 취임 후 처음 언론에 공식적으로 '현대그룹 정통성 복원'을 언급하는가 하면, 정몽헌 회장 5주기를 맞아 그룹 브로슈어, 홍보 동영상 개편 등 현대그룹의 정통성을 찾기 작업에 나섰다.

최근 뜨겁게 달아오르는 현대그룹의 정통성 경쟁의 이면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져 있는 것일까. 그 해답은 현대건설 인수와 옛 현대그룹의 부활이다.

◇왜 이러나= 올해 들어 현대그룹의 정통성 선점 경쟁이 불붙게 된 데는 안팎의 상황 변화와 밀접하다. 현대그룹과 정씨 일가는 2003년 현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물밑 갈등을 빚어왔다.

그간 채권단(산업은행)의 반대로 지연됐던 현대건설 매각은 새정부 출범과 함께 급부상했고, 양측의 힘겨루기 역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참여정부 시절 목소리를 낮췄던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가 새 정부에서 한나라당 최고위원으로 정치적 입지가 높아지고,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의 재무상태도 여유가 생기면서 선공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싸늘한 분위기= 양측의 정통성 경쟁이 가열되면서 정몽준 의원의 현대중공업과 정상영 회장의 KCC로 대변되는 정씨 일가 측과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 간의 관계는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먼저 사업 부문에서 충돌이 잇따르고 있다. KCC는 최근 세계 5위의 엘리베이터업체인 핀란드 크네엘리베이터와 승강기 공동판매 계약을 했다. 이로 인해 국내 1위업체인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그간 터부시했던 동종업종 피하기라는 현대가내 금도가 무너진 것이다.

이에 맞서 현대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증권은 현대자동차 그룹이 최근 인수한 신흥증권의 사명을 'HYUNDAI IB 증권'으로 바꾸자 발끈하고 나섰다. 표면상으로는 '유사 사명은 영업권 침해'라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는 현대 정통성의 이니셔티브를 놓지 않겠다는 의도다.

◇어찌 진행될까= 현대그룹을 제외한 다른 범 현대가간 단합은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정상영 회장의 KCC는 지난달 한라그룹이 만도를 인수하는데 참여해 2,600억원을 지원했다. 만도 인수에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측면 지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달초 현대중공업은 KCC와 함께 태양광 발전사업에 공동투자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올해 최대의 이슈인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KCC를 앞세워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M&A 매물인 오일뱅크(옛 현대정유), 하이닉스(옛 현대전자) 인수합병에서도 범 현대가가 단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현대그룹과 범현대가간 정통성 경쟁의 핵심은 현대건설을 비롯한 옛 현대 계열사 인수와 관계가 깊다"며 "이제 관건은 그간 한발 뒤에 물러서 있었던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다를 것"으로 내다봤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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