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발 금융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미 금융시장 불안의 불길은 모기지업체의 파산, 헤지 펀드의 줄도산 위기, 투자은행(IB)의 대규모 손실 및 유동성 위기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이 위기는 시작일 뿐이며, 미국 금융시스템이 붕괴될 위험성이 있다는 비관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5대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에 긴급 구제금융을 제공키로 한 것은 월가의 부실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FRB가 상업은행이 아닌 주식 채권 등 위험자산을 다루는 투자은행에 긴급자금을 수혈한 것은 1960년대 이후 처음이다.
베어스턴스의 유동성 위기를 방치할 경우, 월가에 신용위기가 전염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비상 조치로 풀이된다. FRB가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정책금리를 추가 인하할지 여부가 금융시장 안정의 중요한 분수령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의 금융 불안은 '작고 개방된 경제(small and open economy)'인 한국에 커다란 악재다. 미 금융회사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펀드투자자의 환매 요구에 대응하고, 달러 등 안전자산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한국에서 올들어 13조원을 회수했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미 금융회사들이 한국 금융회사에 빌려준 달러화에 대해 만기연장을 불허하고 자금 회수에 나설 경우 제2의 환란이 빚어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책당국은 이번의 미 금융위기가 국내 금융시장 불안으로 전염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데 전력 투구해야 한다. 특히 환율, 금리, 경상수지, 물가 등 거시경제 운용을 전면 재검토하는 등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책)을 세워야 한다.
금융회사들의 외화차입 현황도 정밀 파악해 건전성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1997년 환란 때는 미국이 버팀목 역할을 해 줬지만, 이번 위기는 미국에서 비롯된 만큼 우리의 대응책이 잘못되면 '최후의 구원투수'도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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