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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초등생 실종서 살해용의자 검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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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초등생 실종서 살해용의자 검거까지

입력
2008.03.1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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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11) 우예슬(9) 양을 유괴ㆍ살해한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된 정모(39)씨는 이양 집에서 불과 130m 떨어진 지하 셋방에 살고 있는 30대 후반의 평범한 동네 아저씨였다. 도대체 정씨는 어떤 방법으로 두 어린이를 유괴한 것일까.

● 성탄절 날 실종된 어린이들

두 초등학생이 사라진 것은 지난해 12월 25일. 이날 오후 3시30분께 안양시 만안구 안양8동 우양파크빌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다 헤어진 이양과 우양은 오후 4시10분께 안양8동 안양문예회관 앞 야외공연장을 지나는 모습이 폐쇄회로(CC) TV에 잡혔다. 두 어린이는 오후 5시께 문예회관 인근 상가 주인에게 목격된 뒤 실종됐다.

두 초등학생의 부모는 26일 오전 0시20분께 경찰에 미귀가 신고했다. 경찰은 범죄 피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27일 안양경찰서에 전담팀을 꾸리고 다음날 수사본부를 설치했다.

그러나 경찰은 부모의 요청이라며 비공개 수사를 하다 협박전화는 물론 목격자도 없자 31일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경찰은 이후 안양8동과 안양6동 등 8,000여 가구에 대해 개별 탐문수사를 벌이고 연인원 2만4,000여명을 동원, 이 일대 주택가 옥상과 지하실, 정화조, 맨홀 등에 대해 정밀수색작업을 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 이양 시신 발견으로 수사 재개

장기 영구 미제로 남는가 싶던 사건은 두 초등학생 실종 77일만인 11일 오후 4시45분께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 과천~봉담간 고속화도로 호매실 IC 인근 야산에서 향토방위훈련 중이던 예비군이 암매장된 여자 아이의 토막 시신을 발견하면서 다시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DNA 대조 결과 시신은 이양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주변 야산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작업과 함께 안양6,8동 일대 우범자, 독신자 등 800가구에 대한 정밀 탐문 수사에 돌입했다.

14일 경찰은 이양 집에서 불과 130m 떨어진 정씨의 지하 셋방을 방문해 혈흔 반응 검사를 했으나 별다른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당시 집에 있던 정씨는 경찰에게 지난해 12월 25일 당시의 알리바이까지 설명했다.

● 렌터카 트렁크에서 나온 혈흔

별다른 소득이 없어 애태우던 경찰은 범인이 렌터카를 사용했을 것으로 판단, 주변 K렌터카 업체에서 실종 당일을 전후해 렌터카를 빌린 고객 명단을 입수했다.

이어 용의선상에 올려놓은 사람들과 대조한 결과 9명의 이름이 겹쳤고, 이들이 빌린 차량에 대한 혈흔반응 검사가 다시 실시됐다. 그 결과 정씨가 빌린 EF쏘나타에서 혈흔이 나왔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식 결과 두 초등학생의 혈흔과 정확히 일치했다.

경찰은 국과수의 감정결과를 통보받은 즉시 검거반을 정씨의 다세대 주택으로 급파했다. 그러나 정씨의 자취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진 뒤였다. 검거반은 정씨의 어머니 집인 충남 보령으로 내려가 잠복 끝에 정씨를 검거했다.

● 두 초등학생 어떻게 유괴했을까

경찰은 일단 정씨가 이양 등과 한 동네에 살면서 안면을 익힌 점과 성탄절이라는 점을 이용, 이양과 우양에게 접근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양과 우양은 당시 놀이터에서 놀다가 성탄절 행사 때문에 교회로 가던 중이었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정씨가 이양과 우양의 동정심을 유발한 뒤 자신의 집으로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정씨가 이양을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살해한 뒤 K렌터카 업체에서 렌터카를 빌려 트렁크에 시신을 싣고 호매실 IC 인근 야산으로 가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두 초등학생을 알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지난해 성탄절 낮에는 아는 사람과 같이 있었으며, 밤에는 렌터카를 빌려 대리운전 일을 했다”며 범행을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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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미놀(Luminol) 반응검사란

용의자 신원 확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루미놀 검사는 혈액 중의 철 성분을 가려내는 검사법이다. 분무기로 시약인 루미놀 용액을 혈흔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곳에 뿌리면 혈액 중 철분과 반응하면서 어두운 곳에서도 청백색의 빛을 발하게 된다. 외화 등 드라마를 통해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검사법이다.

혈액 속 철분이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만큼의 극소량이 남아 있어도 반응을 하기 때문에 핏자국이 생긴 지 몇 개월 지났거나 걸레로 닦아내도 완벽하게 씻어내지 않았다면 반응이 나타난다. 다만 핏자국이 동물의 것인지, 사람의 것인지, 혈액형은 무엇인지 등은 판단할 수 없다. 혈흔을 찾아내면 경찰은 핏자국을 면봉 등으로 채취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 혈액형과 유전자를 가려내게 된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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