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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씨 첫 문학평론집/ 미디어, 현실, 그리고 문학… 그 삼각관계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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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씨 첫 문학평론집/ 미디어, 현실, 그리고 문학… 그 삼각관계에 대해

입력
2008.03.1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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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 정여울(32ㆍ사진)씨가 첫 문학평론집 <내 서재에 꽂은 작은 안테나> (문학동네 발행)를 펴냈다. 2004년 등단한 정씨는 여러 매체에 영화, 드라마에 관한 글을 써왔고, 2006년엔 재기발랄한 대중문화 비평서 <아가씨, 대중문화의 숲에서 희망을 보다> 를 출간하기도 했다.

정씨는 이번 책 서문에 “세상과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남몰래 빛나는 문학을 가장 밀착된 현란한 미디어와 연결시키는 일로부터” 비평을 시작하려 한 까닭에 도입부 쓰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썼다. 그렇게 접속된 미디어-텍스트(문학)를 현실과 연결시키는 삼각관계의 글쓰기가 정씨가 지향하는 비평이다.

하여 이 책의 여러 글이 영화, 드라마 등 대중매체를 경유한 후 본격적인 문학 비평에 들어가는 방식을 취한다. 일례로 2000년대 소설이 가난을 묘사하는 방식을 분석한 글에서 정씨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 드라마 <쩐의 전쟁> 을 사례로 “빈곤을 묘사하되 사회적 빈곤의 발본적 문제제기 자체는 교묘히 차단하는” 매스미디어의 한계를 짚고 시작한다. 글의 흡인력을 높이고, 나아가 비평적 시야를 문학 너머 매체 전반으로 확장하는 효과를 내는 글쓰기다.

명확히 구별되진 않지만 이 책은 정씨의 문학관이 피력된 1부와 작가론 및 작품론을 모은 2~4부로 구성됐다. 작가ㆍ작품론은 50년대 후반생(최수철 이승우)부터 80년대생(김애란 김유진 한유주)까지 대상 작가의 세대 분포가 고르다. 이 중 ‘한국문학의 기린아’ 김애란ㆍ한유주씨를 묶어 비평한 글이 흥미롭다. 정씨는 두 작가의 미덕을 인정하면서도 이들 작품에서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 그것도 직접적 증오보다 더 문제적인 내면화된 복수심을 읽는다. 이어 “‘나는 절대 저런 인간이 되지 않아’라는 결의를 품는 것보다 ‘저 어른들의 더러운 세상까지 품어버리겠다’는 지독한 여유가 더 좋은 작품을 낳을 것”이라며 둘에게 세속에서 길어올린 통찰을 작품에 담아주길 주문한다. 정씨의 문학적 지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1부엔 가라타니 고진의 유명한 ‘근대문학 종언론’에 대한 입장을 밝힌 글이 있다. 정씨는 고진의 텍스트를 정치하게 분석하면서 그의 종언론이 문학작품이 잘 팔리지 않는 현실에 대한 과잉 해석이 아닌가 의심한다. 그리고 자문한다. “문학을 둘러싼 제도와 시장과 독자, 즉 문학이라 불리는 견고한 베이스캠프가 없이도 우리는 문학을 향유하고 문학을 사랑할 수 있을까.” 비평가로서 자의식이 묻어나는 정씨의 답은 이렇다. “베이스캠프의 존재 자체가 나에게 안주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유혹이었을 것이다. 돌아갈 곳이 없을 때, 방황은 더 철저할 수 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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