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정여울(32ㆍ사진)씨가 첫 문학평론집 <내 서재에 꽂은 작은 안테나> (문학동네 발행)를 펴냈다. 2004년 등단한 정씨는 여러 매체에 영화, 드라마에 관한 글을 써왔고, 2006년엔 재기발랄한 대중문화 비평서 <아가씨, 대중문화의 숲에서 희망을 보다> 를 출간하기도 했다. 아가씨,> 내>
정씨는 이번 책 서문에 “세상과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남몰래 빛나는 문학을 가장 밀착된 현란한 미디어와 연결시키는 일로부터” 비평을 시작하려 한 까닭에 도입부 쓰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썼다. 그렇게 접속된 미디어-텍스트(문학)를 현실과 연결시키는 삼각관계의 글쓰기가 정씨가 지향하는 비평이다.
하여 이 책의 여러 글이 영화, 드라마 등 대중매체를 경유한 후 본격적인 문학 비평에 들어가는 방식을 취한다. 일례로 2000년대 소설이 가난을 묘사하는 방식을 분석한 글에서 정씨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 드라마 <쩐의 전쟁> 을 사례로 “빈곤을 묘사하되 사회적 빈곤의 발본적 문제제기 자체는 교묘히 차단하는” 매스미디어의 한계를 짚고 시작한다. 글의 흡인력을 높이고, 나아가 비평적 시야를 문학 너머 매체 전반으로 확장하는 효과를 내는 글쓰기다. 쩐의> 거침없이>
명확히 구별되진 않지만 이 책은 정씨의 문학관이 피력된 1부와 작가론 및 작품론을 모은 2~4부로 구성됐다. 작가ㆍ작품론은 50년대 후반생(최수철 이승우)부터 80년대생(김애란 김유진 한유주)까지 대상 작가의 세대 분포가 고르다. 이 중 ‘한국문학의 기린아’ 김애란ㆍ한유주씨를 묶어 비평한 글이 흥미롭다. 정씨는 두 작가의 미덕을 인정하면서도 이들 작품에서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 그것도 직접적 증오보다 더 문제적인 내면화된 복수심을 읽는다. 이어 “‘나는 절대 저런 인간이 되지 않아’라는 결의를 품는 것보다 ‘저 어른들의 더러운 세상까지 품어버리겠다’는 지독한 여유가 더 좋은 작품을 낳을 것”이라며 둘에게 세속에서 길어올린 통찰을 작품에 담아주길 주문한다. 정씨의 문학적 지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1부엔 가라타니 고진의 유명한 ‘근대문학 종언론’에 대한 입장을 밝힌 글이 있다. 정씨는 고진의 텍스트를 정치하게 분석하면서 그의 종언론이 문학작품이 잘 팔리지 않는 현실에 대한 과잉 해석이 아닌가 의심한다. 그리고 자문한다. “문학을 둘러싼 제도와 시장과 독자, 즉 문학이라 불리는 견고한 베이스캠프가 없이도 우리는 문학을 향유하고 문학을 사랑할 수 있을까.” 비평가로서 자의식이 묻어나는 정씨의 답은 이렇다. “베이스캠프의 존재 자체가 나에게 안주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유혹이었을 것이다. 돌아갈 곳이 없을 때, 방황은 더 철저할 수 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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