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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베어스턴스 긴급자금 수혈…충격의 월가/ "美경제가 마진콜 당한셈"…다음 타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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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베어스턴스 긴급자금 수혈…충격의 월가/ "美경제가 마진콜 당한셈"…다음 타자는?

입력
2008.03.1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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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월스트리트(Wall Street)의 벽(wall)까지 무너지는 것일까.

일파만파로 번지는 신용위기의 불길이 급기야 월가 5대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에 구제금융 지원 사태로까지 이어지면서 세계 금융의 심장부, 월가 전체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흉흉한 전망의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시장은 벌써 제2,3의 베어스턴스를 걱정하고 있다.

대공황 이후 초유 사태

이번 베어스턴스에 대한 자금지원은 다시 한번 ‘사상 유례가 없는 묘수’의 형식을 띠었다.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이사회ㆍFRB)의 재할인 창구에서 직접 대출을 받을 수 없는 투자은행(베어스턴스)을 대신해 은행(JP모건 체이스)이 1달(28일) 만기의 자금을 빌려 전달해 주는 방식이다.

1930년대 대공황기에 제정된 연방은행법 규정에 따른 것이지만 FRB 관계자가 “대공황 이후 거의 사용되지 않은 방식”이라고 밝혔을 정도로 이례적인 지원이다. 덕분에 베어스턴스가 담보로 맡기는 보유채권 가치가 떨어질 경우 손실은 FRB가 직접 떠안게 된다. 결국 미국 국민들이 베어스턴스를 구제하는 공적자금인 셈이다.

이는 사정이 그만큼 급박했기 때문이다. 불과 이틀 전만 해도 “유동성 문제는 없다”고 큰소리쳤던 베어스턴스는 내심 이달 28일부터 풀리는 FRB의 긴급 유동성 지원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악성 루머와 함께 시장에서 급격히 자금줄이 마르자 베어스턴스는 13일 밤 FRB에 급히 ‘SOS’를 쳤고, 한밤에 본사로 찾아 온 FRB 관계자들과 밤새 대책을 논의한 끝에 이번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사건이 작게는 월가에서, 크게는 미국 경제 전체를 겨냥한 경고라고 해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조치는 베어스턴스뿐 아니라 월가 전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헤지펀드 업계의 최대 자금 공급원이었던 베어스턴스가 흔들리면 자칫 헤지펀드의 줄 파산이 우려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베어스턴스 등 금융기관들의 신뢰 위기는 금융계뿐 아니라 FRB와 정부의 위기대처능력에 대한 의문으로 번지고 있고 결국 미국에서의 자본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미국 경제에 대한 마진콜(증거금 부족분 상환 요구)과 다름 아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경기침체 여부를 공식 진단하는 전미경제조사국(NBER) 의장 마틴 펠트슈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이 2차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에 돌입했을 수 있다”고까지 경고했다.

베어스턴스 다음은 어디?

패닉에 빠진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미 ‘베어스턴스 다음 타자’로 이어지고 있다.

덩치 작은 회사들은 물론, 이번에는 미국의 자존심인 씨티그룹과 메릴린치도 예외가 아니다. 가뜩이나 이번 서브프라임 관련 부실 상각에서 1, 2위를 다툰데다 해외 국부펀드에서 거액을 수혈받았다고는 하지만 추가 상각을 감당할 만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지가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비교적 멀쩡한 회사도 루머에 휩쓸려 휘청거리는 상황에 ‘안 좋은 전력’을 지닌 씨티와 메릴린치를 보는 시선은 매우 싸늘하다. 씨티는 14일 뉴욕증시에서 6.1% 급락하며 20달러마저 이탈했고 메릴린치는 6%나 하락했다. 다만, 두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최근의 자금조달 실적을 볼 때, 베어스턴스와는 ‘격’이 다르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상각이 컸던 UBS 주가는 8.3%나 무너졌다.

힌스데일 어소시에이츠의 투자부문 책임자인 폴 놀티는 “이틀전 까지만 해도 아무 문제없다던 베어스턴스의 몰락을 보면 메릴린치는 어떤 상태일까 하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장 FRB의 이번주(18일) 대폭 금리인하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시장의 투자실패에 면죄부를 줄 수 없다는 도덕적 해이 논란은 공포스런 현실 앞에 이미 던져버린 지 오래다. 전날까지만 해도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100%, 0.7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88%로 평가하던 금리 선물시장은 14일 0.7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100%로 올리는 한편, 1%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도 50%까지 올렸다.

◆ 베어스턴스는

美5대 대형 투자은행 서브프라임 촉발시켜

증권 중개와 투자업무를 주로 하는 미국 5위의 투자은행(IB).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계증권 투자규모가 가장 많고 지금까지 관련 부실상각액이 2,0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6월 모기지증권에 투자했던 2개 헤지펀드가 엄청난 손실을 입고 파산하면서 ‘서브프라임 사태’의 시작을 알린 장본인이다.

이번 구제금융 사건으로 주가가 하루에 47% 폭락하는 등 당장 매각설이 나오지만 마땅한 인수자가 없으면 파산 가능성도 점쳐진다. 1923년 설립돼 대공황과 2차례 세계대전도 이겨냈지만 서브프라임 파문에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김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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