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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스란걸 알았다면…격추하지 않았을것"/ 2차대전 당시 나치 공군 복무했던 獨 리페르트 "그의 팬이었다"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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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스란걸 알았다면…격추하지 않았을것"/ 2차대전 당시 나치 공군 복무했던 獨 리페르트 "그의 팬이었다" 고백

입력
2008.03.1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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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작 동화 <어린왕자> 작가로 항공 정찰임무에 나섰다가 실종된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가 몰던 비행기는 1944년 7월31일 밤 독일군 전투기에 의해 격추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 2차대전 당시 나치스 공군에 복무한 호르스트 리페르트(88)는 프랑스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당시 툴롱 부근 상공을 날던 생텍쥐페리의 미국제 P38 라이트닝 전투기를 발견하고 요격해 떨어트렸다고 증언했다.

AFP 통신 인터넷판이 16일 전한 바에 따르면 리페르트는 메세르슈미트 ME-109 전투기를 조종해 남프랑스 밀의 기지를 이륙, 비행하다가 약 3km 아래 쪽에서 마르세유 방향으로 향하는 라이트닝 전투기에 접근해 기총소사를 가해 날개에 명중시켰다고 밝혔다.

기관총에 여러 발을 맞은 항공기는 거꾸로 해상에 곤두박질쳤으나 기체 안에서 누구도 탈출하지 않았으며 조종사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리페르트는 격추시 라이트닝 전투기에 생텍쥐페리가 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다가 며칠 후에야 전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리페르트는 이후 자신이 떨어트린 비행기에 생텍쥐페리가 실제로 탑승하지 않았기를 내내 기도해 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생텍쥐페리 작품을 읽어온 팬으로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그가 조종간을 잡은 비행기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결코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 했다.

1900년 리용에서 태어난 생텍쥐페리는 12살 때 처음 비행술을 배웠으며 우편운송 파일럿으로 유럽-남미 간 항로 개척에도 일역을 맡았고 병역의무를 군용기 조종사로 마쳤다.

26세에 작가로 데뷔한 이래 대표작 <어린왕자> 외에도 조종사로서 경험을 바탕으로 <야간 비행> <남방 우편기> <인간의 대지> <싸우는 조종사> 등을 집필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1939년 9월 소집돼 툴루즈에서 비행교관을 거쳐 조종사로 배치됐으며 운명의 날인 1944년 7월31일 저녁 코르시카섬을 떠나 정찰 비행에 나섰다가 행방불명됐다. 생텍쥐페리가 생전에 차고 다녔던 은팔찌가 98년 마르세유 근해에서 어선의 그물에 의해 처음 인양됐다.

다이버와 전문가들이 주변 해역에 대한 수색과 탐사작업을 벌인 끝에 2000년 기체를 찾아냈다. 하지만 생텍쥐페리의 비행기가 연락 두절됐을 당시의 상황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동안 생텍쥐페리의 실종 비행기를 추적해온 프랑스 다이버 뤽 반렐과 후원단체의 설림자 리노 반 가르첸은 오는 20일 프랑스에서 수색작업 과정을 총정리한 <생텍쥐페리, 마지막 비밀> 을 출간할 예정이다.

일간 라 프로방스에 따르면 리페르트는 앞서 친구들에게 “이제 생텍쥐페리를 더이상 찾지 않아도 된다. 내가 그의 비행기를 격추했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전쟁기간 연합군기를 28대나 격추한 베테랑 조종사 리페르트는 전후 라디오 스포츠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한성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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