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저항과 진압이 거듭됐던 중국 시짱(西藏) 자치구(티베트)의 독립 움직임이 베이징 (北京)올림픽을 앞두고 폭력 사태로 번지며 다시 격렬해지고 있다. 전세계적 이벤트를 계기로 분리 독립을 선전하려는 티베트와 이를 제압하려는 중국 당국이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커 사태 향방을 점치기 어렵다.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진력하고 있는 중국 당국으로선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14일 외신들은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 티베트 최대 도시 라싸의 상황이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고 전했다. 분노한 티베트 시위대들이 경찰 차량을 향해 돌을 던질 뿐 아니라 중국 한족이 운영하는 가게에 불을 지르고 한족에게 폭력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한족 여학생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티베트인들에게 머리를 맞아 병원에 입원해있다”며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중국 경찰도 무력 진압에 나서 시위대 상당수도 심각한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실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라디오 프리 아시아는 시위 현장에서 2명이 숨진 채 쓰러진 것이 발견됐다고 목격자를 인용해 전했다. AP 통신은 시위 현장에서 총성이 들렸다고 전했으나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10일부터 5일째 계속되고 있는 시위는 티베트의 실질적인 지도층인 승려들이 주도하고 있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현지 소식통을 인용, 10일 500여명의 승려들이 라싸 외곽에서 반정부 시위를 했다며 “특히 드레풍 사원의 승려 두 명은 자살을 기도해 중태”라고 보도했다. 라싸 인근 간던 사원에서는 일부 승려가 연행된 승려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단식 투쟁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시위가 인도 다람살라에 있는 티베트 망명 정부와의 조직적인 협조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와 중국 당국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시위는 망명자들이 다람살라에서 티베트까지 행진하는 대장정 시위를 한 것과 때를 같이 해 일어났다. 인도의 대장정 시위에서 티베트 망명자 100여명이 인도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망명 정부를 이끌고 있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도 최근 “베이징 올림픽은 국제사회가 티베트를 지배해온 중국의 진면목을 밝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고강도 발언을 쏟아냈다. 티베트의 독립이 아니라 자치를 주장하면서 온건 노선으로 선회했던 달라이 라마가 이번만은 작심하고 강경 자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티베트 독립 문제는 1949년 티베트가 중국에 병합된 후 50년 이상 끌어온 해묵은 갈등 사안이다. 1959년에는 대규모 폭동이 발생, 4만여명의 티베트인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지난 주 신장에서 발생한 비행기 테러 기도 사건과, 올림픽 방해를 겨냥하는 테러조직 적발 사건이 보도되자 미국에 망명중인 신장 독립 운동가 리비야 카다르는 “이는 조작된 것으로 중국 당국이 위구르 독립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대량학살을 기도하는 테러리스트로 매도한다”고 반발했다.
13일 광시(廣西) 장족 자치구 친저우(欽州)에서는 고급 술집에서 폭발물이 터져 2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 대규모 수사팀이 구성됐다고 반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가 전했다. 이 사고가 반정부세력 또는 분리주의자에 의해 저질러졌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국에 합병된 이후 분리 독립 지향 운동이 끊이지 않는 티베트와 신장 문제는 베이징 올림픽이 다가올수록 중국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그동안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 분리 움직임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이날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의 무력 진압 자제를 요청하면서 “미국은 중국이 달라이 라마와 대화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무력진압에 나설 경우 미국 등 서방이 강력 반발하고 나설 것으로 보여 베이징 올림픽의 입지가 급격히 흔들릴 수도 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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