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형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유동성 위기를 시인하고 긴급 자금을 수혈 받기로 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시장 불안을 차단하기 위해 추가 자금 지원에 대한 긴급 성명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위기설이 끊이지 않았던 베어스턴스의 유동성 위기가 사실로 드러남으로써 미국 신용위기가 더욱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베어스턴스는 14일 자금 사정이 급속히 악화됨에 따라 JP모건체이스와 뉴욕 연방은행에서 자금을 지원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금 지원 규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앨런 슈워츠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회사의 유동성이 지난 24시간 동안 심각하게 악화됐다”며 “시장의 신뢰 회복과 유동성 확충, 정상적인 영업 지속을 위해 자금 지원을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베어스턴스가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다는 루머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재무 상황이 매우 견고하다”며 유동성 위기설을 적극 부인해 왔다. 이에 대해 슈워츠 CEO는 이날 “시장의 루머를 일소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이런 소문이 회사의 유동성을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베어스턴스의 발표 직후 FRB도 “베어스턴스에 대한 긴급자금 지원 계획을 만장일치로 승인하고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위기에 맞서 추가 자금을 투입할 용의가 있다”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베어스턴스 유동성 악화 소식에 반등하던 뉴욕증시도 다시 급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다우지수는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월가 예상치를 밑돌아 인플레 우려가 줄어들면서 상승세로 출발했으나, 베어스턴스의 발표가 나오면서 오전 한 때 250포인트 넘게 급락했다. 다우지수는 오전 10시30분 현재 전날보다 177포인트 가량 떨어진 11,986선에 거래되며 12,000선 밑으로 내려 앉았다.
소비 심리를 보여주는 미국의 소비자태도지수는 최근 16년래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날 발표된 3월 로이터ㆍ미시간대학 소비자태도지수는 2월(70.8)보다 더 떨어진 70.5로 1992년 2월 이후 가장 낮았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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