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 없이 맑고 착했던 이혜진(11)양을 납치 살해한 잔혹범은 어떤 사람일까. 지난해 12월25일 우예슬(9)양과 함께 실종됐던 이양의 참혹한 시신이 발견되면서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범인의 윤곽 잡기가 초미의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단 범죄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보면 범인은 “실종 지점과 시신을 버린 장소를 잘 아는,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또 다른 자신을 가지고 있는 30, 40대 성도착증 환자 또는 아동성애자”로 정리된다.
시신 유기 장소를 잘 아는 자
범인은 납치 장소와 시신을 버린 장소를 잘 아는 자일 가능성이 높다. 경찰대 이웅혁 교수(범죄심리학)는 “두 장소는 과거 또는 현재 범인이 살았거나 직장이 있는 등 그의 생활범위 안에 들었을 것”이라며 “특히 범인이 혜진양의 시신을 버린 과천~봉담고속도로 호매실 IC 인근 야산은 후미진 곳이어서 평소 차로 이 지역을 오가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증거가 남아 있을 살해 장소를 찾는 게 급선무”라며 “미국에서 발생한 아동유괴 사건 500건을 분석한 결과, 살해 장소는 실종 지점보다는 시신 발견 지점에 더 가까웠다”고 덧붙였다.
면식범 가능성은 반반
범인이 납치한 어린이들과 평소 안면이 있는 사이일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두 어린이 피살ㆍ실종사건 수사본부 관계자는 “초등학생 2명이 대낮에 한꺼번에 납치되는 것은 힘든 만큼 두 어린이가 평소 알고 지내던 남자를 따라 갔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경찰대 표창원 교수(범죄심리학)는 “10세 미만 어린이들은 친절한 말투를 쓰면서 부모나 선생님을 빙자하고, 길을 묻거나 아프다며 도움을 요청할 경우 쉽게 경계심을 허물곤 한다”며 “면식범과 그렇지 않은 경우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동종 전과자 가능성
경기대 이수정 교수(범죄심리학)는 “시신을 토막 내고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했던 점을 보면 비슷한 범행을 저지른 적이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하지만 토막을 내는 자체로 만족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고, 첫 범행 시 토막 살인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동종 전과자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경찰이 실종 사건 후 아동 성범죄자들을 추적했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최근 1년 동안 경기 남부 지역에서 발생한 부녀자 실종 4건의 범인과 같은 사람 아니냐”는 일부의 추측에 대해 이 교수는 “성도착증세를 보이는 경우, 범행 대상이 성인 여성→아동 여성→아동 남성 순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동일인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예상했다.
겉으론 평범한 30, 40대 남성
표창원 교수는 “범인은 겉으론 얌전하고 착한 모습의 소유자일 것”이라며 “평소에는 사회 현상에 소극적으로 나서다가도 어린이들에게는 자신이 왕처럼 군림하려는 이중 성격의 소유자”라고 분석했다. 이웅혁 교수는 “두 어린이를 납치한 후 힘으로 제압할 필요가 있었고, 2001년 중랑천 4세 여아 토막 살인 사건, 지난해 제주도 어린이 납치 살해 사건 등의 범인도 30대 중반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30, 40대 남성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