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이 격돌하고 있는 미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전에서 한동안 주춤했던 인종별, 성별 갈등이 고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성 주자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선거자금 모금책이자 1984년 민주당 부통령 후보였던 여성 제럴딘 페라로가 ‘인종 발언’으로 힐러리 의원 진영을 떠났으나 여진이 계속되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페라로는 최근 흑인 주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에 대해“오바마가 백인 남성이거나 여성이었다면 현재의 위치에 있지 못할 것”이라며 오바마 의원이 흑인이기 때문에 오히려‘특혜’를 받고 있다는 주장을 했다가 비난이 빗발치자 마지못해 힐러리 의원의 선거자금 모금책을 사퇴했다
. 그러나 흑인 목사로 오바마 의원 지지자인 알 샤프톤이 12일 페라로가 끝내 사과하지 않았고 힐러리 의원이 페라로 사퇴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아 “힐러리 진영이 인종 분열을 부추겨 4월 22일 펜실베이니아 예비선거에서 인종투표가 이뤄지도록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와중에 오바마 의원이 다니는 시카고 트리니티 연합교회의 흑인 목사 제레미아 라이트가 과거 설교 도중 흑인들은 ‘갓 블레스 아메리카(God Bless Americaㆍ미국에 축복을)’대신 ‘갓 댐 아메리카(God Damn Americaㆍ빌어먹을 미국)’라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인종갈등 촉발 발언으로 불거져 나왔다.
오바마 의원 부부의 결혼을 주관하고 오바마 의원 딸들에게 세례를 준 라이트는 ‘9ㆍ11 테러’에 대해서도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을 투하했고 팔레스타인 등을 탄압하는 국가테러를 지원해왔기 때문에 알카에다의 공격을 초래했다”며 ‘미국 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의원은 파문 확산을 막기 위해 “라이트 목사가 9ㆍ11 관련 설교를 할 때 나는 교회에 있지 않았다”며 “9ㆍ11은 용서할 수도, 정당화할 수도 없다”고 조기 진화에 나섰다.
11일 치러진 미시시피 예비선거에서도 이전과 다른 인종 갈등 경향이 나타났다. 오바마 의원은 미시시피 예비선거에서 흑인들로부터 81% 지지라는 몰표를 받았으나 백인으로부터는 39%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오바마 의원이 이전 경선에서 백인으로부터 50%를 넘나드는 높은 지지를 받았던 점을 생각하면 미시시피 경선에서 백인 이탈현상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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