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영남권에서 대대적 물갈이를 단행하면서 또 다른 텃밭인 서울 ‘강남 벨트’ 공천 결과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제 칼날은 제2의 화약고인 강남으로 향했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공천심사위는 16일 서울 강남 지역 심사를 실시한다.
서울 강남 벨트는 서초갑ㆍ을, 강남갑ㆍ을, 송파갑ㆍ을ㆍ병 등 7곳을 일컫는다. 전통적인 한나라당 우세 지역이다. 당초 계파 안배 등의 이유로 대폭 교체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영남권의 충격적 물갈이가 현실화하자 강남 지역 현역들도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예단키는 어렵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물갈이가 단행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가장 관심이 가는 지역은 서초갑과 을이다. 서초을에서는 5선 중진 김덕룡 의원의 공천 여부가 핵심이다. 이명박 대통령 핵심 원로그룹인 ‘6인회의’ 멤버였던 김 의원은 같은 ‘6인 회의’ 멤버였던 박희태 의원의 공천 탈락으로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김 의원은 지방선거 당시 부인의 공천 헌금 수수 문제도 걸려 있다. 당내에는 “개혁공천 차원에서 물갈이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반면 그가 당내 유일한 호남 출신 중진이라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서초갑의 이혜훈 의원도 친 박근혜계 핵심 의원이어서 공천 여부가 주목된다. 계파 안배를 고려할 때 이 의원을 쉽게 탈락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김무성 의원마저 탈락한 마당에 이 의원의 운명도 안개 속에 빠진 형국이다.
송파갑의 맹형규, 송파을의 박계동 의원 등도 영남권의 물갈이 분위기를 감안할 때 공천을 자신할 수는 없다. 친 이명박계이자 서울시당위원장인 강남갑 공성진 의원에 대해서도 “물갈이하려는 쪽과 지키려는 쪽의 세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안강민 공심위원장은 14일 강남권 물갈이 여부에 대해 “아직 심사하지 않은 지역은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안 위원장이 강남 지역에 참신한 거물급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뜻을 비춘 바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 강남 지역은 총선 때마다 한나라당 ‘물갈이 공천’의 상징적 지역으로 여겨졌다. 17대 총선 때도 ‘강남 벨트’에서 김덕룡 맹형규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교체된 바 있다. 당시 최병렬 대표가 강남갑 공천에서 탈락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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