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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미국의 '꼿꼿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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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미국의 '꼿꼿장수'

입력
2008.03.1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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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지역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의 윌리엄 팰런 사령관이 부시 행정부의 대 이란 정책에 맞서다 사임, 국제적 뉴스가 됐다. 해군 대장으로 태평양함대 사령관을 지낸 팰런은 2006년 12월 정부와 군 수뇌부의 이란 공격 계획에 반대한 존 아비자이드의 후임으로 발탁됐다. 그러나 의회 청문회가 끝나기도 전에 페르시아 만에 항공모함 전단을 추가 배치하는 대 이란 군사적 압박조치에 반대, 강경세력의 미움을 샀다. 또 이라크 주둔 미군의 조기철수를 지지, 전쟁을 주도하는 육군 수뇌부와도 갈등을 보였다.

■팰런은 “이란 선제공격 위협은 압박의 실효는 없이 친미 아랍권의 불안과 혼란을 초래했다” 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자신은 이 지역 미군을 지휘하는 위치에서 우방 정부와 여론을 안심시키는 소임을 다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그는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등 우방 지도자와 폭 넓은 군 인맥을 두루 만나는 독자적 외교 행보를 보였다. 국내 언론에도 소견을 거침없이 밝혔다. 이에 따라 최근 그를 인터뷰한 남성잡지 <에스콰이어> 는 ‘전쟁과 평화의 수문장’이라는 제목을 내세웠다. 부시 행정부는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고 판단, 사임과 퇴역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팰런의 이런 소신 행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미 합참에는 그의 소신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고 한다. 그러나 민주당 대선 주자들도 핵 위협 제거를 위한 이란 침공을 배제하지 않는 정책을 지지하는 마당에 정부와 정면으로 맞선 것을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그렇다고 그를 평화주의자로 보는 것도 적절치 않다. 그는 태평양함대 사령관 시절, 중국의 해군력 도전에 강력히 대응할 것을 주장하면서 장래 전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언뜻 군인의 본분에 충실한 ‘꼿꼿장수’인 듯하면서도, 충직한 군인 노릇에 머물지 않는 면모를 함께 지닌 것으로 볼 만하다.

■우연치 않게 팰런에 관한 뉴스와 함께 우리의 ‘꼿꼿장수’가 다시 화제가 됐다. 김장수 전 국방부장관이 여권의 ‘러브 콜’을 외면한 채 ‘불사이군’(不事二君)을 되뇌며 셋집에서 은둔하고 있다고 한다. 솔직히 그가 김정일 위원장과 악수하면서 고개를 숙이지 않은 것이 뉴스가 됐을 때는 사관생도 때부터 익힌 군대예법을 좇은 것을 보수여론이 과장되게 칭찬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실제 새 정부의 제의를 고사했다면, 그야말로 꼿꼿한 처신으로 칭송할 만하다. ‘불사이군’ 표현은 시대에 어울리지 않지만, 공직에 나간 이들 모두가 그런 자세를 갖는다면 추한 자리싸움은 없을 것이다.

강병태 수석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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