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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이인식의 세계신화여행 1ㆍ2' 신화… 현실이 빚어낸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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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이인식의 세계신화여행 1ㆍ2' 신화… 현실이 빚어낸 비밀

입력
2008.03.1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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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 지음 갤리온 발행ㆍ248쪽(1권) 256쪽(2권)ㆍ각권 1만2,000원

태초에 우주는 하늘과 땅이 갈라지지 않은 혼돈으로 큰 달걀처럼 생겼다. 여기서 중국인들의 시조인 반고가 나온다. 반고가 어둠을 향해 큰 도끼를 휘두르자 가벼운 기운은 올라가 하늘이 되고 무거운 기운은 가라앉아 땅이 되었다.

반고가 죽자 그의 숨결은 바람과 구름이 되고, 왼쪽 눈은 태양, 오른 쪽 눈은 달로 바뀌었다. 손과 발은 산, 피는 강물, 피부와 털은 화초와 나무, 이와 뼈 골수는 금속과 돌이 됐다.

중국의 창세 신화는 그리스, 바빌로니아의 창세신화처럼 카오스(혼돈)에서 코스모스(질서)가 생겨났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신화처럼 카오스가 일순간에 질서를 만들어내는 현상을 19세기말 프랑스의 수학자인 앙리 푸앵카레가 행성의 궤도를 연구하다 발견했다. 그것이 ‘나비효과’다.

나비효과는 1963년 미국의 기상학자인 에드워드 로렌츠의 컴퓨터 모의실험에서 입증됐다. 컴퓨터가 보여준 기상활동은 카오스처럼 보였으나 놀랍게도 나비의 날개 모양을 끝없이 그려내고 있었다. 혼돈 속에 규칙적인 모양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고대인들이 상상력으로 꾸며낸 환상적인 신화가 최근 수세기간 과학기술에 의해 현실로 규명되거나 현실화하는 일이 계속 일어났다. 과학저술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세계의 신화와 전설을 과학기술의 눈으로 읽으면서, 신화와 과학의 관련성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 32가지를 모았다.

여인숙을 운영하면서 침대 크기에 맞게 여행자들의 팔다리를 자르거나 늘였다는 프로크루테스의 신화처럼 1980년대 초 러시아 외과의사 일리자로프는 사람의 팔다리를 늘이는 외과술을 창안했고, 요즘은 키를 키우는 치료를 하는 성장클리닉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인터넷 사용자들을 대신하는 아바타는 인도 신화에서 세계를 유지하는 신 비슈누가 지상에 모습을 드러낸 화신(化身)에서 유래했다.

신화와 현실세계는 무관하지 않으며 구체적인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을 과학은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하늘을 날다 추락한 이카로스의 전설처럼 인간의 욕망이 상상력의 시작이며, 그 상상력이 현대 과학기술의 원동력임을 이 책은 보여준다.

비슈누가 아내인 락슈미와 함께 바다에서 헤엄치는 우주의 뱀 아난타 위에 누워 쉬고 있다.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아바타’라는 용어는 비슈누의 화신에서 유래됐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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