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디위 마고나 글ㆍ패디 보우마 그림ㆍ이해인 옮김샘터 발행ㆍ40쪽ㆍ7,000원
한끼 밥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동화.
배경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케이프타운 남쪽의 구굴레투마을.
인종분리정책 기간동안 백인들이 흑인들을 케이프타운에서 내쫓으면서 형성된 가난한 마을이다.
이 마을의 아가씨 시즈위는 “배 고파! 배고프단 말이야”라며 보채는 네 명의 동생들을 혼자 돌보게 되자 곤혹스럽기만 하다. 찬장을 열어보니 밀가루도, 옥수수가루도, 감자도, 하다 못해 빵가루조차 남아있지 않기 때문. 고민하던 시즈위는 커다란 냄비에 물을 부어 버너에 올린다.
“뭐 도와줄 것 없어?” 쌍둥이 동생들이 물어보고 “이제 곧 먹는 거지?” 떼쟁이 동생이 재촉하지만 시즈위는 잠깐만 잠깐만 기다리라면서 냄비를 휘휘 저을 뿐이다. 몇번씩 아직 음식이 안됐느냐고 물어보는 동생들과 조금만 기다리라는 시즈위의 숨바꼭질이 이어지고 기다리다 지친 동생들은 하나 둘씩 잠에 빠져든다. 버너의 불꽃을 낮게 조절한 기지 덕택에 ‘위기’에서 벗어난 것.
그날 밤 동생들을 재운 뒤 “내일 아침에는 제발 다른 것을 보내달라”는 시즈위의 기도가 효험을 발휘했기 때문인지 다음 날 아침 장에 갔다던 이웃집 아줌마가 커다란 바구니 한아름 음식을 싸들고 시즈위의 집을 찾아오고 그녀는 진수성찬을 차려준다.
지은이는 시즈위의 말을 빌려 콩, 옥수수, 치즈, 생선통조림으로 차린 푸짐한 아침식사보다는 기지를 발휘해 아이들을 재웠던 전날 저녁 ‘식사’가 ‘우리가족 최고의 식사’라고 말하고 있다.
배고프다고 징징거리는 동생들에게 어쩔 수 없다고 쏘아붙이는 대신, 다독거리며 희망과 위로를 하며 가족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먹을 것도, 놀 것도, 입을 것도 흔하고 자기 밖에 모르기 십상인 외동아이들이 대부분인 요즘 우리 현실에서 먹을 것이 없어도 콩알 하나라도 나눠 먹었던 인정 넘치는 우리 옛 이야기를 겯들여 들려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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