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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박재승 현상'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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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박재승 현상'의 그림자

입력
2008.03.1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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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개혁 공천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개혁공천이 계파 간의 갈등으로 그 빛이 바랜 반면 통합민주당은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재승 전 대한변협회장이 비리전과자들에 대한 공천배제 원칙을 고수하고 물갈이를 주도하면서 가히 '박재승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이를 바라보면서 나 역시 그의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 박수받은 비리전과자 탈락조치

그러나 박재승 현상은 무언가 잘못된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부정부패, 정치자금 문제들과 관련해 유죄판결을 받았으면 이후 공직에 출마하지 않는 것, 아니 설사 출마하고 싶어도 출마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도 비리전과를 가진 정치인들을 공천에서 탈락시킨 것이 마치 엄청난 일을 한 것처럼 주목을 받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2000년 총선에서 시민단체들이 총선시민연대를 구성해 비리전과자들을 중심으로 낙선운동을 벌인 것이 주목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가 잘못됐다는 증거에 다름 아니다. 선진국의 경우 비리와 관련해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 공직에 출마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다시 말해, 박재승현상은 비리전과자 낙선운동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사면권만 제한하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불필요한 현상이다. 구체적으로, 비리전과자 낙선운동에 이어 박재승현상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대통령들이 사면권을 남용해 비리전과자들을 사면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 차례 이 지면을 통해 지적한 바 있듯이 비리전과자와 같은 반사회적 범죄로 유죄를 선고 받은 사람들의 경우 대통령이 사면을 해 줄 수 없도록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해야 한다.

박재승현상이 안고 있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물론 박재승 현상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은 과거 민주화운동세력, 특히 그 중 자유주의적 개혁세력인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그리고 거기에 뿌리를 둔 대통합민주신당과 통합민주당이 국민의 외면을 받았던 이유, 그리고 지금도 외면을 받고 있는 이유가 비리 관련 때문이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리관련자들을 공천에서 탈락시켜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올바른 선거전략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통합민주당의 관련자들이 비리와 부정부패로부터 자유로웠던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차떼기당인 한나라당에 비하면 훨씬 깨끗하다는 것은 다수 국민들이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들의 지지율은 한나라당이 통합민주당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보여주었듯이 국민 다수는 부패해도 무능한 것보다는 낫다며 민주화운동세력에 등을 돌렸다. 물갈이 역시 역대 정권들이 총선 때마다 대대적인 물갈이를 했지만 그것 자체가 개혁은 아니다.

따라서 통합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적 개혁세력이 다시 살아나는 길은 비리와 단절된 모습을 보여 주거나 물갈이를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무능의 이미지를 벗어나는 것, 특히 지난 10년간 집권하면서 전혀 능력이 없음을 보여준 사회적 양극화와 민생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 더 중요한 것은 민생 해결능력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허긴 지난 10년간 못한 것을 한나라당 출신 당대표가 들어섰다고 갑자기 보여줄 수 있겠는가. 이 점에서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유도함으로써 바로 이 같은 무능력을 은폐하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이벤트 내지 정치적 쇼가 박재승현상이다.

물론 그 같은 이벤트가 어느 정도 약발이 먹힐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같은 눈속임이 결코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통합민주당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민생 해결의 정책능력이지 비리와의 단절이나 물갈이라는 일종의 신파극이 결코 아니다.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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