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공천에서 탈락한 거물급 정치인사들이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4ㆍ9 총선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무소속의 당선 가능성이 점점 줄어드는 게 역대 총선 추세지만 이번에는 무소속 바람의 강도를 예단하기 어렵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경쟁적인 공천쇄신으로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중량급 인사들이 과거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미 한나라당에선 이규택 의원 등 공천에서 배제된 친박근혜계 의원들 중심으로 무소속 연대 얘기도 구체적으로 거론된다. 공천대학살로 평가받는 13일 영남권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이 25명이나 되고 이중 상당수는 공천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무소속 출마자 수는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통합민주당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당내에선 공천을 받지 못한 박지원 전 비서실장과 김홍업 의원의 무소속 출마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충청권의 이용희 국회부의장과 이인제 의원도 마찬가지다. 추가로 호남 물갈이가 단행되면 탈당 및 무소속 출마 러시가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문제는 당선 가능성이다.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대결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적 선거풍토에서 무소속 후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매우 비좁다. 특히 수도권에선 1988년 야권의 후보단일화 무산을 비판하고 무소속 후보로 나가 당선됐던 박찬종, 이철 전 의원 등을 제외하면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사례가 드물다.
명분 없이 공천불복만을 이유로 무소속 출마를 감행하면 유권자의 냉엄한 평가를 받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원복 의원을 제외하고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 대다수가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데엔 이런 사정이 있다.
물론 영ㆍ호남 등 지역에선 무소속 후보가 상대적으로 선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컨설팅 e윈컴 김능구 대표는 “특정정당의 지지세가 강한 영ㆍ호남에선 무소속으로 출마하더라도 우리 편이란 인식이 남아 있어 불리함이 덜한 편”이라며 “영호남에선 무소속이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당초 친이명박측에서 친박계의 좌장인 김무성 최고위원의 공천탈락 여부를 놓고 고민한 배경에 그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더라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점도 깔려 있었다.
나아가 현역 의원이나 유력인사들의 무소속 출마는 특정지역의 선거판세를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파괴력을 무시할 수 없다. 가령 무소속 후보가 성향이 비슷한 유력 후보의 지지표를 잠식하면 선거구도가 우세에서 백중으로 바뀔 수 있고, 열세였던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을 수도 있다. 무소속 출마 러시는 당선 가능성을 떠나 어떤 식으로든 총선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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