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상치 않다.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는 부유층을 겨냥한 고가 주택이 넘쳐 나는데 반해 전세시장에서는 서민들이 집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특히 건설업체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중대형 평형만을 주로 내놓는 바람에 중소 평형은 갈수록 줄어 들고 있다. 정부가 공급하는 아파트는 임대아파트가 많아 소형 평형은 구입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양된 초고가 아파트는 경기 고양시 식사지구와 덕이지구를 비롯해 부산의 해운대 아이파크와 위브더제니스, 그리고 서울 성동구 뚝섬 상업용지의 ‘한숲 e-편한세상’과 ‘갤러리아 포레’ 등 1만5,000여 가구에 이른다. 이들 아파트들은 ‘고가 분양’ ‘사상 최고 분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특히 ‘한 숲 e-편한세상’과 ‘갤러리아 포레’는 아파트 한 채 가격이 45억원 달했다. 이들 초고가 아파트는 일반 청약에서는 미분양이 났지만 소위 V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귀족마케팅에 나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가고 있다.
반면 서민들이 필요로 하는 중소형 아파트는 품귀 현상을 빚으며 전세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민층에서 가장 수요층이 두터운 전용면적 85㎡(25.7평)형 분양 아파트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 청약경쟁률을 살펴보면 시장 상황을 심각성을 파악할 수 있다.
중대형 고가 아파트들의 청약 참패에도 불구하고 이 달 12일 청약접수를 받은 ‘북한산 래미안’은 평균 경쟁률이 7.9대 1을 기록했다. 특히 79㎡(24평)형은 최고 21대1의 경쟁률을 보이며 ‘청약열풍’을 보이기까지 했다.
이는 서울과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국에서 분양된 아파트 59개 단지 2만5,576가구 중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의 청약 경쟁률은 평균 1.65대1이었지만 85㎡ 초과 대형은 0.83대 1로 미달이었다.
중소형 분양 주택이 줄어들자 수요자들은 경매시장으로까지 몰려들고 있다. 경매 전문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소형(전용 60㎡ㆍ18평 이하) 아파트 낙찰가율은 98.2%로 전달(78.6%)보다 무려 19.6%포인트 뛰었다.
서민 아파트의 부족은 전세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주거 안정의 위협요소가 되고 있다. 중소형 아파트가 몰려있는 서울 강북의 경우 올해 초보다 최고 전셋값이 30%나 급등하고, 일부지역에서는 전세집을 구하는데 3개월 이상이 걸릴 정도로 공급난이 심각하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는 최근 국민임대아파트 9,000가구의 조기 입주를 발표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박준호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중소형 공급물량이 적지 않지만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분양아파트가 적다는 것이 문제”라며 “임대아파트보다 실수요자들이 필요로 하는 중소형 아파트 분양 물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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