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는 유사 제품이 판을 치는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다. 적은 비용으로 경쟁사의 인기 제품과 엇비슷한 상품을 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식혜 음료. 1994년 비락이 전통음식인 식혜를 상품화하자 60여개 업체가 식혜 시장에 뛰어 들었다. 이런 이유로 식품업계는 경쟁사가 흉내낼 수 없는 공법을 도입해 장막을 치고 있다. 미투(Me too) 상품을 원천봉쇄 하고자 하는 것이다.
매일유업 신근호 유가공팀 팀장은 “식품업계는 워낙 시장이 좁아 신제품이 나오자마자 모방제품이 쏟아진다”며 “각 업체들이 연구개발로 독특한 공법을 만들려고 하는 것도 진입장벽을 쌓으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매일 유업이 데르뜨 트위스떼에 도입한 트위스트 공법이 대표적인 안티(Anti) 미투 공법이다. 요구르트와 과일시럽이 섞이지 않은 채 트위스트 무늬를 유지하도록 한 게 특징이다.
샤니의 ‘부드러운 熟식빵’은 2002년 출시 이후 6년 동안 국내 식빵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제품. 1위 고수의 비결은 탕종발효공법에 있다. 밀가루를 100도의 끓는 물에 반죽한 뒤 56시간 숙성해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통기한 내내 촉촉함과 부드러움을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
소주 ‘처음처럼’은 모델 이효리의 격렬한 떨기춤에서 연상할 수 있듯 소용돌이 효과를 내는 ‘회전파동공법’을 사용했다. 일반 물입자는 알갱이가 커서 목넘김이 부드럽지 않은데, 회전파동공법으로 알칼리 환원수와 알코올을 섞어 맛을 부드럽게 했다.
라면업계의 제왕 농심은 ‘건면세대’ 제품에 네오공법을 사용했다. 네오공법은 스프 제조기술인 지오드레이션 공법과 면을 기름에 튀기지 않는 논 프라잉 공법의 합성어. 기름에 튀기지 않고 고온 고풍과 저온 저풍 건조 방법을 적절히 배합해 면 내부까지 충분히 건조시켜 면발의 쫄깃함을 높이고 있다.
치킨을 튀기는 데도 노하우는 필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맛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네네치킨은 ‘배터 딥(Batter Dip)’ 공법을 사용하고 있다. 치킨을 튀길 때 계란으로 겉에 1차막을 만들고, 밀가루도 첨가물이 전혀 없는 걸 사용한다. 계란막이 육즙을 보호해 닭고기가 식어도 맛이 부드럽게 유지되고, 속살에 기름기가 스며들지 않아 눅눅해 질 일도 없다.
안형영 기자 truestory@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