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 파격, 모험. 사상 처음으로 금융당국 1ㆍ2인자가 모두 민간에서 임명됐다. 금융당국에 대한 새 정부의 인식과 향후 정책방향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13일 금융위 부위원장에 이창용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임명됨에 따라 전광우 위원장과 함께 민간출신이 금융위원회 초대 수뇌부를 맡게 됐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위원으로 활동했던 이 부위원장은 전광우 위원장이 세계은행(IBRD) 선임 애널리스트와 금융당담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으로 근무할 때 객원연구원으로 세계은행에서 함께 활동한 인연도 있다.
그 동안 하마평에 오르내리긴 했지만 이 부위원장의 임명은 금융위 내부와 금융권에서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위원장인 민간출신 인사인 만큼 행정력 보완차원에서 부위원장은 관료출신의 승진기용이 유력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위원장 자리는 김용환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과 권태균 전 재경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장의 2파전이란 설이 파다했지만, 이런 관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전광우-이창용 체제에 대해 일단은 ‘신선하다’가 많다. 옛 재무부 이재국-재경부 금융정책국으로 이어져온 정통금융관료의 맥이 처음으로 끊어졌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금융위 수뇌부인사를 보면 일단 오랜 관치의 사슬을 끊으려는 의지는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금산분리 완화나 국책은행 민영화, 금융업종간 장벽 허물기 등 MB노믹스의 핵심 금융 과제와 규제완화 작업들도 그만큼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9명 위원 중 민간인 몫은 대한상공회의소가 추천하는 1인에 불과하기 때문에, 관치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카드로 민간에서 위원장ㆍ부위원장을 선발했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우려의 시각도 있다. 금융시장과 맞닿아 있는 금융위는 어느 기관보다 매끄럽고 정교한 행정력이 요구되는데, 전광우-이창용 체제엔 그런 행정경험이 없다. 당장 금융감독원과 업무조율이 그렇고, 타 부처 및 대국회 관계 역시 험로가 예상된다.
핵심포인트는 위기관리 능력이다. 과거 카드대란이나 SK글로벌사태와 같은 금융시장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해결사’경험이 전무한 민간 출신들이 과연 제대로 대처하겠느냐는 것이다. SK사태를 경험했던 한 은행관계자는 “민간 출신들이 신선한 시각으로 시장을 보고 규제를 풀 수는 있겠지만 금융시장 불안이 증폭될 때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경부 출신 한 전직관료는 “외환위기는 말할 것도 없고 대우그룹 해체사태처럼 불가피한 상황에선 선의의 관치가 필요할 때가 있다. 미국 재무부도 최근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처리과정에서 금융 기관에 압박을 넣었다. 민간출신 금융위 수뇌부가 과연 이런 일을 과감하게 그러면서도 매끄럽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는 신선하고 의미있는 시도인 동시에, 위험한 도박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편 금융위는 사무처장과 상임위원, 국장 등 후속인사를 조만간 마무리할 예정이며, 여의도 시대를 접고 17일부터 서초동 옛 기획예산처 자리로 옮긴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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