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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국립오페라단 내달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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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국립오페라단 내달 공연

입력
2008.03.1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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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스코틀랜드 명문가의 딸인 루치아는 집안의 원수인 에드가르도와 사랑에 빠지지만 오빠의 계략으로 집안에서 정한 남자와 결혼한다. 결혼 첫날밤. 남편을 칼로 찔러죽인 루치아는 정신을 놓아버리고, 피범벅의 나이트가운 차림으로 노래를 부른다. 도니체티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 가장 유명한 광란의 아리아다.

“그이의 목소리가 감미롭게 들려왔어요. 그의 목소리가 텅 빈 내 마음을 채워주었어요. 에드가르도! 나 이제 당신께 돌아왔어요. 당신의 적들로부터 도망쳤어요.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들려와요. 아! 결혼을 축복하는 노랫소리. 우리의 결혼 예식이에요. 난 정말 행복해요, 에드가르도.”

에드가르도와 결혼하는 환상에 빠져있던 루치아는 당신의 옆에서 죽게해달라고 절규한 뒤 생명을 다하고 만다. 플루트와 경쟁하는 듯한 고음과 고난도의 기교, 극단적인 감정의 교차가 20분간 이어지는 이 명장면은 소프라노들을 가위 눌리게 할 만큼 부담이 큰 장면이기도 하다.

서초동 국립오페라단 연습실에서 차가운 마루바닥 위를 뒹굴며 광란의 아리아를 부르는 소프라노 박지현은 무릎에 보호대를 차고 있었다. 연습이 끝난 후 박지현은 붉은 멍으로 가득한 다리를 보여주며 웃었다.

그는 “연기에 몰입하면서 고난도의 노래를 하는 게 어렵지만 가장 힘든 것은 미친 상태에서도 루치아를 사고하는 여자로 그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루치아하면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선 인물로 생각해왔는데, 연출가가 요구하는 것은 그 반대예요. 단순한 광기의 분출이어서는 안된다는 거죠. 귀족적 우아함도 유지해야하구요.”

4월 1~4일 국립오페라단이 올해 첫 작품으로 올리는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를 연출하는 독일 연출가 볼프람 메링은 “루치아는 단순히 미친 여자가 아니라, 광기를 통해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자유에 대한 투쟁을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일일이 연기 시범까지 보이며 루치아의 감정 상태를 꼼꼼하게 설명한 메링은 “집중과 사고를 통해 내재된 슬픔을 끌어내라”고 조언했다.

1835년 이탈리아 나폴리 산 카를로 극장에서 초연된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는 대표적인 비극 오페라 중 한 편이다. 여자 주인공 뿐 아니라 남자 주인공까지 죽음에 이르고 만다. 벨칸토 오페라의 아름다운 선율은 그 슬픔을 배가시킨다.

가장 유명한 루치아는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다. 현란한 기교 과시의 도구로 변질된 루치아에 그만의 음색과 표정 등을 통해 극적이고 처절한 감정을 이입, 루치아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라보엠> 공연 중 화재로 원래 공연 장소였던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잃은 국립오페라단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으로 장소를 옮겼다. 마넬 발디비에조가 지휘하고, TIMF 앙상블이 반주를 맡았다. 루치아는 소프라노 박지현과 오미선, 에드가르도는 테너 박현재와 류정필이 나눠맡는다. (02) 586-5282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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