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적으로 조용히 나가라고 하면 될 텐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난리를 치며 압박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구 정권 인사로 사회부처 소속 기관장인 A씨는 불편한 표정이다. 그는 당초 잔여 임기를 단축하고 적절한 시기에 물러날 생각이었다. 정권이 교체됐으니 새 정부 사람들로 바뀌는 게 상식적으로 맞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구 정권 인사 퇴진론이 불거지자 오히려 사표제출을 망설이고 있다. 먼저 물러나자니 다른 기관장들에 피해를 주는 것 같고, 또 무슨 큰 비리나 있어서 먼저 나가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이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A씨는 “다른 기관장들과 퇴진 시기를 대강 맞춰 물러날 생각”이라면서도 “과거에 그토록 낙하산 인사를 공격하더니 실적은 평가조차 않고 무조건 물러나게 하고 자기 사람들을 낙하산으로 임명하겠다는 것이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부분 정부부처 산하 공공기관장들은 A씨와 비슷한 입장이다. 정치적으로 임명된 기관장들은 사퇴 시기를 저울질하는 모습이고 관료나 전문가 출신들은 유임을 희망하며 여권 핵심부에 직, 간접적으로 의중을 물은 뒤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분위기다.
경제부처 산하기관 중 대표적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경우 이원걸 사장은 관료 출신이어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국전력 감사인 곽진업 전 국세청 차장, 남동발전 이재선 감사(전 열린우리당 의장 특보) 등 6개 자회사 중 5곳의 감사는 전 정권 출신이기 때문에 갈수록 이들에 대한 사퇴압박은 거세질 전망이다. 경찰청 차장을 지낸 이헌만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도 1년 6개월 가량 임기가 남아 있지만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으로 출마한 바 있어 거취가 주목되는 케이스.
이밖에 노무현 정부에서 환경부장관을 역임한 곽결호 수자원공사 사장의 경우 올 9월, 노무현 대통령 홍보수석을 지낸 이해성 조폐공사 사장도 6월 임기가 각각 끝나는데 조기 퇴임할 지 주목된다.
공공기관장 중 뉴스의 초점은 역시 정연주 한국방송공사(KBS) 사장. 한나라당이 노골적으로 정 사장을 적시하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침묵하고 있다. 정 사장은 얼마 전까지 만해도 “2009년 11월까지 임기를 다 채우겠다”고 공언했지만 여권 전체가 파상적인 공세를 펼치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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