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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 "실패에서 성공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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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 "실패에서 성공을 배운다"

입력
2008.03.1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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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경기 용인의 하이닉스 글로벌 인재개발원. LG텔레콤 정일재 사장 등 1,000여명의 임직원들이 종무식을 겸해 마련한 ‘혁신마당’에서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일반적으로 한해의 성과를 자축하고 우수 임직원을 시상하는 게 대다수 기업의 종무식 모습이다. 그런데 이 곳 풍경은 달랐다. 한해 업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실패담’이 먼저 소개됐기 때문이다. 이는 “실패가 두려워 일을 시작하지 않으면 성과도 없다”는 정 사장의 열린경영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결과다. 실패사례 공유를 통해 임직원들의 또 다른 실패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이날 ‘혁신마당’에서는 기획단계에서 기본적인 사항들을 꼼꼼히 챙기지 않아 상품 출시 후 고객에게 실망을 안겨준 경우 등 갖가지 실패사례가 소개됐다. 업무 현장에서 발생한 이런 실패담의 공유는 직원들의 사기 진작은 물론, 고객 가치를 높이는 밑거름이 된다는 게 정 사장의 신념이다.

실패사례를 발표한 LG텔레콤 대용량 콘텐츠 관리프로그램팀 김태완 부장은 “콘텐츠 관리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에서 고객 입장보다는 사업자 눈에 맞춰 일을 추진하다 보니 실패의 쓴 맛을 보게 됐다”며 “이 사례를 교훈 삼아 조만간 획기적인 새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패사례를 검토해 포상을 하는 업체도 있다. KT는 ‘참여와 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전사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다.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 전 임직원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도전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실패는 성공으로 가기 위한 동반자’라는 게 남중수 KT 사장의 생각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업무 실패사례를 평가, 해당 부서나 직원들을 포상하는 제도가 있다. 성과나 업적 같은 결과보다는 실패사례가 교훈적인가 여부에 따라 수여된다. 포상 분야는 신규사업 발굴과 기존사업 개선, 규제완화 및 내부제도 개선, 업무 효율화, 신규시장 개척 등이며, 평가기준은 실행과정의 도전성 및 실행성, 창의성, 고객지향성 등이다. 매년 4분기에 수여되며 ‘베스트 챌린지’ 상에 1,000만원, ‘챌린지’ 상에는 5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남 사장은 “경계해야 할 것은 ‘실패’ 그 자체가 아니라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이라며 “실패가 좌절로 이어지는지, 아니면 배움으로 이어지는지의 차이가 회사의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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