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적 가치가 40조원대로 추산되는 조선 업종 핵심기술 관련 자료들이 시중에 무더기로 유출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과정에 기술유출 전문 브로커들이 적극 개입했던 것으로 나타나 해외유출 가능성 차단을 위해서라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지검 외사부(부장 변광호)는 13일 국내 굴지의 조선업체들이 보유한 첨단 기술을 외부로 유출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 위반 등)로 선박설계업체 세종 대표 문모(36)씨와 STX조선 설계팀 과장 한모(39)씨, C&중공업 상무 김모(54)씨를 구속기소하고 5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한씨는 2006년 3월부터 1년여간 알고 지내던 국ㆍ내외 선박브로커 등으로부터 H조선, H중공업, D조선 등 국내 대형 조선업체의 영업 비밀자료 6,000여개를 받아 문씨 등에게 유출한 혐의다. 문씨는 이 중 D조선이 세계 최초로 건조 중인 신공법 18만톤급 벌크선 개략사양서를 기초로 관련 서류를 작성, 후발 조선업체인 고려조선에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에야 조선소 허가를 받은 고려조선은 이를 활용해 조선소가 완성되기도 전인 지난해 상반기 외국 선박회사와 8척의 18만톤급 벌크선 건조계약(수주액 8억 달러)을 체결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문씨는 D조선의 협력사 직원으로 근무하다 퇴사하면서 국가 핵심 기술인 저온액화탱크선(LNG LPG 운반선) 설계기술 관련 자료 등 선박 833척의 사양서와 설계도면 등 비밀자료 7,400여개를 빼돌렸다. 문씨는 이 중 상당수를 고려조선에 넘기는 대가로 70억여원의 컨설팅 비용을 챙겼다.
D조선의 신기술들은 C&중공업으로도 무더기 유출됐다. D조선에서 20년 이상 근무했고 18만톤급 벌크선 프로젝트 부장급으로 근무했던 김씨는 지난해 9월 C&중공업 임원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관련 자료 779개를 이메일을 통해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빼돌린 자료들은 D조선이 건조 가능한 선종의 80%에 적용 가능한 분량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에 유출된 기술들은 해외로 유출됐을 경우 43조원 이상의 국부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엄청난 분량”이라며 “특히 선박설계 관계자들은 협조라는 명목 하에 수시로 자료를 주고받을 정도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 정부와 기업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국가정보원과 함께 유출된 기술이 해외로 흘러나간 사실이 있는지 등에 대해 후속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부산=김창배 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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