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3일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을 기어이 임명했다. 지난달 19일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된 뒤 꼭 23일 만이다.
김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논문 표절 및 중복게재 의혹, 미국 국적 딸의 건강보험 부정 수급 논란, 5공 정화사업 표창 문제, 청소년보호위원장 시절 공금 횡령 의혹 등 숱한 도덕성 논란에 휘말렸다. 결국 야당의 반대로 청문회 경과보고서도 채택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안을 제출한 뒤 20일이 지나면 보고서 채택여부와 상관없이 임명이 가능토록 돼 있는 인사청문회법에 근거해 임명했다. 청와대는 “직무수행에 큰 하자가 없고 더 이상 행정공백이 있어선 안 된다”고 배경 설명을 했다.
맞다. 법 절차를 지켰으니 불법은 아니다. 또 행정 공백에 대한 우려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한번 더 뒤집어 생각했어야 한다. 장관 임명이 법 절차만 따르면 되는 요식행위는 결코 아니며 민심을 헤아려야 하는 고도의 정치행위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능력을 떠나 불거진 각종 의혹만으로도 부적격이라는 시각이 많다. 한나라당에서도 “상처를 크게 입은 장관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우려가 많다. 오죽하면 대선 때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선진화국민회의 등 보수단체마저 사퇴를 촉구했을까.
차제에 구속력이 없는 장관 인사청문회의 개선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한나라당의 반대로 유시민, 이재정, 송민순 씨가 보고서 채택 없이 장관이 된 적이 있다. 여야만 바뀌었을 뿐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폐해를 막고 청문회 도입의 근본 취지를 고려해 일정부분 구속력을 갖는 청문회 제도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다.
정녹용 정치부 기자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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