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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성적표 '삼성에 면죄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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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성적표 '삼성에 면죄부' 논란

입력
2008.03.1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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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e삼성 사건 무혐의’ 결정은 조준웅 삼성 특별검사팀이 수사 착수 64일 만에 내놓은 첫 수사결과다. 그러나 일부 수사과정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시민단체들도 “면죄부 특검”이라고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특검팀이 13일 이 전무 등 e삼성 사건 관련자 전원을 무혐의 처리한 근거는 간단하다. e삼성 의혹의 핵심은 “이 전무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삼성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의 지시로 계열사들이 이 전무가 보유한 e삼성 등의 지분을 비싼 값에 매입,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계열사들의 e삼성 등의 주식 매입가를 따져보니 적정했다”고 봤다. 특검팀은 “계열사들은 주식가격 평가에서 가장 보수적인 순자산가치 평가법을 활용해 매입가를 결정했고, 최대주주 할증(30%)도 하지 않아 결코 비싼 가격으로 주식을 산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절차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계열사 회의록 등을 확인한 결과 지분 매입은 투자필요성 검토, 이사회 회의 등 적절한 절차를 거친 경영 판단이었다”고 했다. 수사결과 삼성 구조본의 지시로 오너 아들의 지분을 계열사가 인수한 것 같지만, 절차의 정당성이 있어 법적으로 문제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고발한 참여연대 등은 반발했다. 당장 주식가격 평가방식이 틀렸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세계적 증권사인 메릴린치증권도‘e삼성 같은 회사는 순자산가치에서 30~40% 낮은 가격에 팔린다’고 평가한 만큼 분명 계열사들이 이 전무 지분을 비싸게 산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열사의 인수 결정 절차가 정당했다는 특검팀 판단과 관련해서도 부실 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사회 회의록은 조작이 가능한데 그 가능성을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에서도 삼성은 “이사회 회의에서 CB 발행이 결정됐다”고 주장했지만, 검찰 수사결과 해외출장 중이던 이사가 참석했다고 회의록이 조작된 사실을 발견했다.

특검팀이 삼성 구조본의 개입을 인정한 부분도 논란이 됐다. 특검팀의 판단 근거는 “e삼성 등의 이사, 감사는 모두 삼성 임직원들”, “‘삼성’브랜드가 ‘e삼성’ 명칭에 사용됐다”, “지분 매입이 불과 4일만에 이뤄졌다”는 것 뿐이었다. 삼성 관계자들이 공모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다른 물증이나 관련자 진술 없이 일반적 정황만으로 구조본 개입을 확정한 것이다.

특별수사에 정통한 검찰 관계자는 “계열사들이 지분 인수 후 손실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기소는 어렵다”며 “그러나 그룹 차원의 공모, 지시 등은 철저히 들여다보지 않은 티가 난다”고 평가했다.

e삼성 관련자 전원 무혐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보면, 수사 기간 및 인력에 한계가 있는 특검팀이 비자금, 정관계 로비 수사에 집중하기 위해 이 사건을 빨리 처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특검팀의 수사 능력과 의지의 부족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최종 수사결과 삼성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보다는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밝혔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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