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가 억새 밭에 빠지고 갤러리 때문에 땅을 치며 흔들렸다.
세계랭킹 5위 최경주(38)가 13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골프장(파72)에서 열린 유럽프로골프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 첫날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 최경주는 버디 5개, 더블보기 1개, 보기 2개로 1언더파 71타를 기록, 5언더파로 단독 선두인 미코 일로넨(핀란드)에 4타 뒤진 40위권에 머물렀다.
6번홀까지 2타를 줄여 순항하던 최경주는 7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로 무너졌다. 드라이버 티샷이 오른쪽 러프에 들어간 데 이어 두 번째 샷은 그린 앞 오른쪽 억새 밭으로 사라졌다. 다행히 볼은 찾았지만 도저히 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언플레이어블로 1벌타를 받고 드롭해 4번째 만에 그린근처에 떨궜다. 2퍼트로 홀 아웃하면서 더블보기가 돼 벌어놓았던 타수를 한꺼번에 잃고 말았다.
최경주는 위기를 맞았지만 이어진 8번홀(파4)에서 2m 거리의 버디퍼트를 성공시키는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며 다시 상승세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9번홀(파5)에서는 갤러리가 발목을 잡았다.
홀까지 87야드를 남긴 지점에서 세 번째 샷을 날리는 순간 바로 옆에 있던 관중이 잇따라 카메라 셔터를 눌렀고 최경주는 뒤땅을 치고 말았다. 볼이 그린 앞 벙커 안에 빠지면서 버디를 노릴 수 있는 찬스가 결국 보기가 됐다.
이날 월드스타 최경주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최경주, 앤서니 김, 크리스 디마르코조에는 수백명의 갤러리가 몰린 가운데 이처럼 일부 관중의 매너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3번홀에서는 티샷을 하기 위해 자세를 취하던 최경주가 티잉 그라운드 바로 밑과 페어웨이에서 연속으로 튀어 나온 갤러리 때문에 여러 차례 어드레스를 풀어야 하는 해프닝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 경기 중 휴대폰 벨이 수시로 울리면서 선수들의 경기를 방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갤러리 때문에 플레이가 방해됐느냐는 질문에 최경주는 “생각보다 많은 관중이 열렬히 응원해주셔서 고맙게 생각한다”면서도 “한국 갤러리들의 행동을 한편으로는 이해하지만 선수들의 플레이에 방해되는 행동은 자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서귀포=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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