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랑스런 영국인으로서, 여왕에 충성을 맹세합니다.”
영국인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고교 졸업생들에게 여왕과 국가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의식을 치르도록 하는 방안이 제안돼 영국 정치인과 학계 등에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논란은 11일 골드스미스 전 검찰총장이 영국 국민들의 소속감을 고취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내면서 시작됐다. 고든 브라운 총리의 지시로 수행된 이 연구 보고서에서 골드스미스경은 중등학교를 졸업하고 진정한 ‘시민’이 되는 이들에게 일종의 통과의례로 여왕에 대한 충성맹세를 포함한 의식을 치르도록 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는 여왕에 대해 충성을 맹세하는 것이 반발에 직면할 경우 여왕 대신 국가에 대한 맹세를 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밝혔다. 골드스미스경은 조사 결과 현재 영국 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소속감이나 자긍심이 즉각적 위기 상태는 아니지만, 젊은 흑인들의 3분의 1이 국가에 대한 애착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는 등 젊은 층의 애국심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 취임 후부터 영국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강조해 온 브라운 총리는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당장 스코틀랜드와 웨일즈, 북아일랜드 등 비 잉글랜드 지역 정치인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반대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스코틀랜드의 알렉스 샐먼드 제1장관은 “코미디 같은 발상”이라고 비난했고, 웨일즈 출신의 폴 플린 의원(노동당)은 “그동안 조롱하던 미국식 관습을 흉내내는 바보 같은 시도”라고 비판했다. 영국 중등학교장협회 존 던포드 회장도 “설익은 아이디어”라고 비판하는 등 비 정치인들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에는 충성 맹세 외에도 호주의 ‘국가의 날’을 모델로 한 공휴일을 지정하자는 제안도 들어 있다. 올림픽이 열리는 2012년 가을부터 공휴일을 정해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느끼게 하는 다양한 행사를 벌이자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 등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공동체적 소속감을 느끼는 학생이나 시민들에게 학비 대출이자나 세금 등을 깎아주자는 등의 제안도 담았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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