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스스로는 법무사라고 주장하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법무사라고 부를 때 부인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사칭죄가 성립할까.
1996년~2004년까지 ‘박○○ 법무사 사무실’에서 근무했던 최모(66)씨는 2005년 11월 이모씨로부터 “안모씨의 부동산에 근저당을 설정하는 것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리고 이때 이씨가 최씨를 “박○○ 법무사”라고 소개를 하는 바람에, 근저당 설정 당사자들인 안씨 등은 최씨를 박○○ 법무사로 알았다. 최씨 역시 스스로 나서서 “나는 박 법무사가 아니다”라고 부인하지 않았고, 박○○ 법무사 사무실에서 근저당 설정 계약서 양식을 빌려 쓰기도 했다.
이에 최씨는 “법무사가 아닌 자는 법무사 명칭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법무사법 3조2항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지만, 최씨가 “주변에서 오해를 했을 뿐이지 내가 내 입으로 ‘법무사’라고 말한 적이 없다”며 항소한 끝에 2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그러나 대법원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최씨는 자신이 법무사가 아님을 밝힐 의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최씨가 이를 방치한 것은 사실상 법무사를 사칭한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