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녀를 둔 대기업 부장 김모(41)씨는 올 들어 가족 나들이는 물론 외식 한 번 한 적이 없다. 자동차는 거의 매일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둔다. 어쩌다 2분 거리에 있는 대형마트에 장보러 갈 때나 이용한다. 김씨는 "휘발유 값이 뛰면서 아예 자동차를 쓰지 않고 있다.
반년 전에는 가족들과 월 2차례 정도 나들이 겸 외식을 했는데, 차를 움직이지 않으니 외식도 안 하게 된다. 임금이 제자리 걸음인 상태에서 물가는 치솟는데 아이 교육비를 줄일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렇게라도 절약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맞벌이 주부 이모(34ㆍ서울 신대방동)씨는 요즘 대형마트에 장 보러 가면 아예 라면 코너를 그냥 지나친다. 이씨는 "굳이 가격이 오른 라면을 사먹을 이유가 없다"며 "작년에는 1주일치 장을 보는데 7만~8만원이면 충분했지만, 요즘엔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다 빼도 10만원 넘게 든다"고 했다.
최근 생활물가 급등으로 가계 살림이 쪼들리면서 소비 코드가 바뀌고 있다. 소비자들이 하루게 다르게 가격이 치솟는 외식메뉴, 휘발유 등을 대체할 수 있는 품목을 찾아 알뜰 소비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쌀과 식료품, 조미료 등의 소비가 크게 늘었다. 자장면 등 외식메뉴의 가격이 오르자, 외식을 줄이는 대신 가정에서 밥을 해먹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신호다.
GS슈퍼마켓의 경우 올 들어 쌀 매출이 전년 대비 1월 14.9%, 2월 18.7%에 이어, 3월에는 26.4%나 늘어났다. 지난해의 쌀 매출 신장률 3.7%, 의류 등 비식품 매출 상승률 4.2~5.7%에 비하면 엄청난 수치이다.
야채와 축산, 수산물, 조미료 매출도 12.2~19.2% 늘었고, 냉동조리식(24.4%), 제빵 관련 프리믹스(62.3%), 즉석식품(51.7%)을 찾는 이도 많아졌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쌀 매출이 10% 안팎 늘었다.
조윤성 GS리테일 MD1부문장은 "최근 쌀 등 식료품 매출의 증가는 외식비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직접 식료품을 구입해 해먹는 편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패밀리레스토랑 관계자도 "최근 매장 방문객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밝혔다.
장보기 횟수도 줄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1,2월 매장 방문객 수는 지난해 말보다 2% 줄어든 반면, 객단가(고객 1인 당 구입비용)는 3% 증가했다.
최근 6개월 새 금 가격이 50% 가까이 오르자, 금과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보다 저렴한 은 제품이나 크리스탈 오닉스 등의 스톤 제품이 더 각광을 받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전체 쥬얼리 매장 중 스와로브스키, 아가타 등 액세서리류 브랜드의 매출 비중이 2006년 43%에서 올해 55%로 늘어나며, 금 다이아몬드 등 보석류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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