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오늘의 책] <259> 나비 넥타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오늘의 책] <259> 나비 넥타이

입력
2008.03.12 15:09
0 0

이윤기 / 민음사

이윤기(61)의 짧은소설 ‘뱃놀이’가 생각난 것은 여름으로 건너뛰어버린 듯한 봄날씨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의 소설집 <두물머리> 가 나왔을 때는 양수리를 찾아갔고, 광주의 절 원효사로는 열차를 타고 문학기행을 갔었다. 그는 글맛만큼 사람맛, 말맛 좋은 어른이다. 처음 만난 건 그가 1999년 <어른의 학교> 라는 책을 냈을 때다. 그때 그는 “ ‘대인은 살고 소인은 쓴다’고 하는데 나는 굳이 써놓기를 좋아하고 책을 묶어내니 아직 소인인가 보다”라고 말했었다. 그의 말은 그대로 기지와 해학이 넘치는 창작 금언(金言)이다. 그의 소설 문장도 그렇다. 그에 따르면 “문학은 언어를 곧추세우는 일”이다.

문학기행을 갔을 때는 왕복하는 내내 열차 식당칸에서 맥주를 마셨다. 술을 권할 때 그는 “우리 한 번 흐릅시다”라고 말한다고 어느 글에선가 썼다. “물은 석 자만 흘러도 스스로를 맑게 한다”는 것도 그가 어딘가 쓴 말이다. 그 열찻간에서 그는 “문학은 청산가리”라고 되뇌던 문학소년이었을 때 이화여대 강당에서 열린 빌리 본 악단의 내한공연을 보기 위해 고향인 경북 군위에서 서울까지 걸어서 왕복했던 일, 독학을 하면서 실제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한 장씩 씹어 먹었던 일 등을 구수하게 이야기했다.

월남에 파병됐던 그는 남들이 TV다 가전제품이다 들고 올 때 외국어원서 700여권을 구해 짊어지고 왔다고 한다. 그 책들이 나중에 그가 200권이 넘는 번역서를 낸 한국 최고의 번역가가 된 밑천이었음은 물론이다. 사람 이야기 하다보니 막상 책 이야기는 못했다. <나비 넥타이> 는 우리 삶과 세상의 숨은그림을 찾아가는 이윤기의 깊은 시선, 날카로운 직관과 그만의 글맛을 볼 수 있는 소설집이다.

특히 표제작과 ‘뱃놀이’ ‘갈매기’는 되풀이 읽고 싶은 명편이다. 2000년부터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를 출간해 한국에 신화 열풍을 불러일으키더니, 그의 소설작업이 뜸해진 것 같다. 그가 ‘황성 옛터’로 돌아와 쓸, 이윤기 표 소설 신작을 기대해본다.

하종오 기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