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기자회견장에서 성매매 연루의혹을 인정하고 사과한 엘리엇 스피처 미 뉴욕 주지사의 옆에는 부인 실다 월 스피처가 서 있었다. 미국에서 성추문에 휩싸인 고위공직자가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 부인이 함께 나오는 광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부정을 저지른 사실을 부인하는 남편을 끝까지 믿어준 힐러리 클린턴의 사례 이후 이는 오히려 익숙한 모습이 됐다. 뉴스위크 인터넷판은 11일 이 같은 ‘배반당한 부인들’이 굴욕을 감수하고 남편을 두둔하는 사례를 유형별로 분석했다.
실다가 기자회견장에서 보인 모습은 2004년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폭로된 후 이를 인정하고 사임하는 기자회견을 한 제임스 맥그리비 전 뉴저지 주지사의 부인 디나와 가장 비슷하다. 진주목걸이를 걸고 값비싼 디자이너 브랜드 옷차림으로 남편 옆에 선 실다와 디나는 남편을 ‘지원’하기보다는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는 표정이었다. 둘 다 남편을 두둔하거나 용서하는 어떤 발언도 하지 않았다. 디나는 결국 고위공직자 남편으로부터 ‘배반당한 부인들’ 중 가장 흔치 않은 결정을 내렸다. 남편과 양육권 분쟁까지 하며 이혼하고 회고록까지 썼다.
그러나 다른 ‘배반당한 부인들’은 대부분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려 왔다. 우선 남편이 희생양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부인이 자신의 결정을 합리화하기 쉽다. 지난해 여름 공화당 래리 크레이그 상원의원이 공항 화장실에서 동성애자를 가장하고 함정수사를 하던 경찰에게 덜미를 잡힌 사건이 폭로된 후, 크레이그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이를 보도한 지역신문이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그의 옆에는 선글라스를 썼지만 남편을 확고히 지지하는 듯한 표정의 부인 수잔이 있었다.
두 번째로 “이건 우리 둘 문제다”라는 식이 있다. 내가 용서하면 끝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워싱턴의 고위층 매춘 알선으로 유명한 ‘DC마담’ 리스트에 올랐던 공화당 데이비드 비터 상원의원의 부인 웬디는 회견장에서 “용서가 나를 위해 가장 옳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웬디는 수년 전만 해도 인터뷰에서 만약 남편에게 배신 당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나는 힐러리보다 차라리 로레나 보비트(남편의 성기를 잘라버린 유명한 사건의 주인공)와 더 비슷하다”며 “바로 헤어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같은 일이 닥치자 용서를 택했다.
지난해 여성 보좌관과 불륜 사실이 폭로됐던 크와메 킬패트릭 디트로이트 시장의 부인 칼리타도 이러한 유형에 속한다. 킬패트릭 시장은 그동안 불륜을 강력히 부인해 왔으나 올해 초 휴대폰 문자메시지 분석에서 정황이 들통났다. 하지만 부인 칼리타는 남편의 때늦은 사과에 대해 “나는 화났고 상처 받았고, 실망했다. 하지만 내가 남편을 사랑하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함으로써 그를 사임 위기에서 구했다.
남편의 부정 의혹을 강하게 부정하는 힐러리 같은 사례는 남편에게는 커다란 ‘무기’가 된다. 1988년 모델 도너 라이스와의 염문설이 터져 나온 민주당 게리 하트 전 상원의원의 부인 리 하트는 기자들에게 “게리가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트 전 의원은 끝까지 시치미를 떼다 결국 요트 위에서 라이스를 무릎 위에 앉힌 한 장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대권의 꿈을 접어야 했지만 부인의 발언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하버드 로스쿨을 나온 기업 전문 변호사였던 실다는 2004년 셋째 딸이 태어나고 남편이 검찰총장 선거에 출마하자 회사를 그만두었다. 12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스피처는 2006년 뉴욕 주지사에 도전하면서 “아내가 자신의 직업까지 포기하며 나를 믿어주었다는 사실이 내게 큰 영감을 불러넣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다는 기자들에게 “현재 선거운동과 엄마, 어린이재단이라는 세 가지 일을 하고 있지만 법과 관련된 것은 하나도 없고 봉급도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과연 실다가 디나처럼 결국 남편을 떠나게 될지, 다른 부인들처럼 ‘용서’를 선택할지 미국 조강지처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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