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시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은 바로 환율이다. 최근 환율의 움직임은 ‘원화약세’와 ‘엔화강세’로 요약될 수 있다. 언뜻 보면 원화약세와 엔화강세에 따른 각각의 수혜주-피해주는 같아 보이지만, 엄밀히 보면 미세한 차이가 있다. 이를 굳이 구분해야 하는 이유는 원화약세-엔화강세 동반현상이 언제까지나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달 28일 이후 33.40원이나 오르면서 11일 970.00원대에 진입했으며, 12일에도 상승세를 이어가 971.30원으로 마감했다. 엔ㆍ달러 환율은 작년 6월말 124엔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해, 이달 들어 102엔대까지 내려가면서 17% 이상 절상됐다.
현재의 엔화강세 현상은 일본 경제의 실질적인 성장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미국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들면서 달러가치가 반등할 경우 엔화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게 대체적 시각. 그러나 원화환율은 다르다. 현재 경상수지 적자 등 국내적 요인에 기인한 현재의 원화약세는 올해 하반기 달러강세라는 외부요인을 맞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수출을 중심으로 고도성장을 달성하려는 신정부로서는 상당기간 원화약세 기조를 유지시킬 필요가 있다는 게 증권업계 분석이다.
그럼 이에 따른 수혜주와 피해주는 각각 어떻게 다를까?
원화약세의 주된 수혜주는 달러를 벌어들이는 수출업체들이다. KB투자증권은 12일 원화약세에 따른 대표적인 수혜업종으로 정보기술(IT)과 자동차, 해운 등을 꼽았다. 예를 들어 원ㆍ달러 환율이 50원 상승하면 삼성전자는 연간 순이익이 1조3,200억원이나 증가하며, 현대차와 기아차도 연간 순이익이 각각 1,627억원, 259억원 증가하게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철강과 화학, 음식료, 항공 등은 원화약세 피해주로 꼽힌다.
철강 및 화학업체는 수출비중이 20%대로 낮지만, 원자재수입과 외화부채가 많아 환율이 상승하면 이익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포스코는 원ㆍ달러 환율이 50원 상승할 때 연간 순이익이 210억원 감소한다고 한다. 또 수출비중이 평균 5% 미만이면서 원재료 수입비중이 높은 음식료 업종도 피해주에 속한다. 원ㆍ달러 환율이 50원 상승하면 KT&G가 270억원, CJ제일제당이 232억원, 농심이 56억원 등 각각 연간 순이익이 감소한다는 추산이다.
한편 엔화강세의 수혜주는 세계시장에서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업종이다. 대신증권 곽병열 연구원은 엔화강세의 수혜주로 반도체를 제외한 IT업종, 특히 가전제품과 정보통신기기 업종을 꼽았다. 또 우리투자증권 안수웅 연구원은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업종을 최대 수혜주로 꼽았다.
특히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소형차 부문에 강한 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안 연구원은 “고유가로 소형차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엔화 강세에 따른 일본 소형차의 가격경쟁력 약화는 한국 자동차 산업에 호재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엔화강세에 따른 피해주로는 일본장비를 수입해야 하는 반도체장비업체, 제조업체 등이 있을 수 있으나 수입액이 그리 크지 않아 별다른 피해주는 거의 없다는 평가다.
동부증권 최운선 연구원은 “당분간 원화약세와 엔화강세의 지지를 모두 받는 IT, 자동차 일부 업종이 주도주를 형성하겠지만, 향후 각각의 환율 변화에 따라 주도주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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