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정권 인사 퇴진론’을 역설하는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 등 여권 인사들을 보는 심사는 썩 편치 않다. ‘코드 인사’를 그토록 비난했던 지난 시절을 아예 잊은 것인지, 참 편리한 망각증이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안 원내대표의 논리가 아주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이전에도 정권이 교체되면 정무직 관료나 공공기관의 장들은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나곤 했고 이는 어느 정도 관행이 돼 있다.
그러나 차분히 들여다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금방 드러난다. 퇴진론의 골자는 “국정을 파탄시킨 김대중, 노무현 세력들은 국정의 발목을 잡지 말고 떠나라”는 것인데, 최근 구 정권 인사들을 각료로 임명하고 공천을 준 정부 여당의 인사와 너무 모순된다.
민주당이 “여권 논리대로라면 이전 정부에서 장ㆍ차관을 지낸 사람은 모두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한 것은 비약이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장관을 한 김성호 국정원장 후보자나 유임된 임채진 검찰총장, 한상률 국세청장은 어떻게 설명할지 의문이다. 한나라당 공천도 그렇다. 지난 두 정권에서 장관과 국회의원을 한 정덕구 씨를 일찌감치 공천한 것은 도대체 어떻게 해석할까.
더구나 안 원내대표가 교체 대상으로 언급한 학계 문화계 시민단체는 정부가 관여할 곳도 아니다. 명백한 ‘오버 발언’이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논리가 정연했다”고 박수를 치고 나서니, 가벼운 처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용주의는 주어진 현실을 최대한 활용, 자연스럽게 성과를 이끌어내 국민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으로 안다. 무리수나 밀어붙이기는 실용주의와 어울리지 않는다. 지난 정권으로 끝났으면 했던 독단, 아마츄어라는 말이 다시 나올까 걱정이다.
염영남 정치부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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