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방송구조에 대한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방송산업을 차세대 산업 동력으로 삼겠다는 정책기조는 이른바 방송의 산업화와 시장경쟁체제로의 진입을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이로써 지금까지 규제기관들 간의 갈등으로 시장진입에 어려움을 겪어 왔던 IPTV와 같은 신규 플랫폼들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케이블TV나 위성방송, 위성DMB 도입 때처럼 방송콘텐츠 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그렇지만 방송산업 활성화를 내걸고 등장했던 많은 새로운 매체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방송콘텐츠 시장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또 1990년대 이후 무수히 발표되었던 방송영상산업 활성화 정책들에도 불구하고 방송콘텐츠를 제작ㆍ공급하는 사업자들은 여전히 힘들다고 하고 있고, 방송사업자들은 좋은 콘텐츠가 별로 없다고 탄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에 정작 시청자들은 급속히 늘어난 채널에도 불구하고 별로 볼만한 프로그램들은 많지 않다고 불만이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와서는 <무한도전> 이나 <1박2일>과 같은 소품성(?) 오락프로그램들이 24시간 내내 수많은 채널에 걸쳐 순환ㆍ반복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들은 “우리야 말로 한국 방송영상콘텐츠의 경쟁력”이라고 애써 주장한다. 물론 우리 내부 시장만 보면 또 일부 오락물 시장만 보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 방송산업 활성화인지는 의문이다. ‘인기 연예인들의 아동놀이 프로그램들’이 난무한다고 해서 우리가 방송콘텐츠 더 나아가 문화콘텐츠 강국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무한도전>
우수한 방송콘텐츠란 근본적으로 한 사회가 가진 문화적 깊이와 다양성에서 나오게 마련이다. 물론 방송프로그램 같은 대중문화가 얼마나 깊은 심미적 수준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방송이 지배하는 문화’가 아닌 ‘문화적 토대위에서 만들어지는 방송프로그램’이 활성화될 때 진정한 방송콘텐츠 강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최근 선진국들이 방송콘텐츠 산업 활성화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창조산업’ 혹은 ‘지식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 출범으로 방송콘텐츠 산업이 자연히 활성화될 것이라는 오류를 또다시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보다는 양적으로 급증한 디지털 플랫폼들을 통해 수용자들이 향유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거시적이고 체계적인 투자를 고민해야 한다.
한마디로 사회 전반의 문화영역이나 지식적 토대와 유기적으로 연계된 체계적인 방송영상콘텐츠 진흥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신규 다채널 플랫폼과 채널들은 <무한도전> 이나 <1박2일> 같은 ‘시간 보내기용 소품’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더 높다. 어쩌면 이것은 우리의 문화적 수준 혹은 토대가 그 정도라는 평가지표일지도 모른다. 이런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서라도 문화적 창의력에 기반한 방송콘텐츠산업 활성화를 위한 진지하고 체계적인 정책을 기대해 본다. 무한도전>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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