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의 공천혁명으로 기선을 제압했던 통합민주당이 고민에 빠졌다. 인물난 때문이다. 비리 부정 전력 당내 유력인사 11명을 공천에서 탈락시키며 여론을 환기시키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막상 바람을 타고 실제 현장에서 뛸 후보자가 부족한 것이다.
민주당의 인물난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는 55곳의 단수 후보 확정 지역. 자유선진당에 기웃거리고 개혁 당론에 반대했던 충청권 일부 의원은 개혁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살아 남았다.
이상수 전 노동부장관(서울 중랑갑), 이호웅 전 의원(인천 남동을), 신계륜 사무총장(서울 성북을) 등 비리 전력 탈락인사 구제론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인물난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그나마 당선 가능성 있는 인사들이 날아가면서 이들의 빈 자리를 채울 사람을 찾지 못해 고민”이라고 전했다.
영남지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본거지였지만 부산 경남에 각 3명, 대구 경북에 각 2명이 출마한 게 전부다. 연초까지 출마가 거론되던 인사들도 모두 꽁무니를 빼고 있다. 한 당직자는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하고 공기업 감사를 할 때는 그렇게 부산 경남 출신임을 내세우더니 도대체 선거에는 왜 모습도 안 비치는 건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비례대표 영입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 한나라당 비례대표 모집에 650명이 몰렸지만 17일 이후로 예정된 민주당 비례대표 모집에는 몇 명이나 몰릴지도 미지수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등의 거물이 영입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입당이 결정된 인사는 없다. 특히 정 전 총장의 경우 손학규 대표가 여러 차례 만나 의사를 타진하고 있지만 답을 주지 않고 있다.
그래서 공천 신청 경쟁률이 6대1을 넘은 호남에서 인물을 차출해 자원이 부족한 수도권에 전략공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호남 지역에 공천 신청한 전직 장관 K 씨, 법조인 K씨 등이 차출 대상자로 거론된다. 한 호남지역 공천 신청자는 “공천심사위에서 경력을 묻더니 ‘수도권 출마 의사가 없느냐’고 물어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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