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옛 중소기업 전시장 부지에서는 요즘 대규모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서울시가 동북아 금융허브를 꿈꾸며 야심차게 추진 중인 ‘서울국제금융센터(SIFC)’ 건설 현장이다.
서울시는 장기적으로 런던이나 뉴욕 같은 세계적인 금융도시로 발전하기 위해 2013년 개장을 목표로 국제금융센터 건립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서울국제금융센터가 서울시의 구상대로 금융허브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될 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에 따라 수도권 각지에서 또 다른 금융센터 건설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인천 송도경제자유역에선 151층짜리 인천타워와 동북아트레이드타워(55층) 공사가 진행 중이고, 인근 청라경제자유구역에서도 77층짜리 무역센터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 또 서울국제금융센터 인근의 용산구 옛 철도청 차량기지 부지에서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진행 중인 ‘드림허브 프로젝트’에도 금융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뉴욕은 월스트리트로, 도쿄는 오데마치, 중국 상하이는 푸동 금융단지로 집적화하고 있지만, 국내 금융허브 인프라는 곳곳에 산재해 저마다의 길을 가고 있다.
국내 금융 전문가들이 “2015년 홍콩, 싱가포르에 이은 아시아 3대 금융허브라는 목표만 있을 뿐 구체적인 실행 파일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우리나라가 동북아 메갈로폴리스 경쟁에 나서면서 핵심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금융허브 구상의 현주소다.
금융허브는 국내ㆍ외 유수 금융기관들이 집결해 자금을 조달하고 거래ㆍ운용하는 특화 지역을 의미하는데, 국내에선 은행과 증권사가 모인 여의도 외에 금융중심이라고 내세울 만한 지역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뉴욕 월스트리트나 상하이 푸동의 금융단지와 같은 계획된 금융클러스터라기 보다는 자연적인 집결지 성격이 강하다.
물론 정부는 우리가 세계적인 IT기술을 갖추고 있는 만큼, 금융인프라 건설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중심지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관련 추진위원회를 구성, 금융중심지 지정 절차 등을 마련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문제는 인프라 건설이 완료된다 하더라도 금융허브로서 갖춰야 할 경쟁력이 있느냐는 점이다. 런던시가 이 달 발표한 금융시장 자유도과 규모를 가늠하는 기준인 ‘세계금융센터지수’에 따르면 서울은 홍콩(3위), 싱가포르(4위), 도쿄(9위)는 물론 상하이(31위), 베이징(46위)에도 뒤진 채 순위(50위) 밖으로 밀려났다.
이에 대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을 위한 과제’ 보고서에서 “동북아 금융허브의 경쟁 상대는 홍콩, 싱가포르, 도쿄 같은 곳이 아니라 후발 금융센터로서 성장세를 시현하고 있는 중국의 상하이와 베이징”이라고 밝혀 목표를 현실화할 것을 주문했다.
금융 전문가들 또한 정부가 내세운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보다 한 단계 낮은 ‘금융 서브(보조) 허브’로서의 역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기업의 세계시장 진출 관문인 홍콩과 중국 제조업 자본의 집결지인 상하이, 그리고 확대일로의 베이징에 비해 ‘규모의 경쟁’에서 열세가 명확한 만큼 특화된 금융시장을 창출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벤치마킹의 대상을 글로벌 금융중심지인 홍콩과 싱가포르에 맞추지 말고 호주나 스위스 등 특화된 금융산업으로 ‘금융허브’ 보조역할을 하는 나라에 맞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사회과학원 세계정치경제연구소의 위용딩(余永定) 소장은 “한국이 금융허브가 되기란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향후 중국 내수시장의 확대와 해외투자 자유화가 진행되면 자산 운용 등 특화된 부분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 하용이 홍콩사무소장은 “중국 상하이나 베이징이 자본시장 규모면에서는 서울을 추월하겠지만, 정부의 규제가 여전하고 자본 자유화 속도가 느린 만큼 우리에게 충분히 기회가 있다”며 “자산운용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금융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호주, 그리고 프라이빗 뱅킹으로 런던과 파리 금융시장의 보조역할을 하는 스위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상하이 푸단대 경영관리대학원(EMBA) 원장인 루시옹원(陸雄文) 교수는 “한국은 금융산업 자체보다 신용카드나 증권 등 금융서비스에 강점을 갖고 있다”며 “중국 시장의 금융서비스 분야를 집중 공략한다면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콩ㆍ상하이=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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